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04∼2007년 화병으로 진단받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20대 환자는 2004년 229명에서 2007년 456명으로 증가했다고 27일 밝혔다. 10대의 경우도 2004년 74명에 불과했던 것이 2007년 215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동안 중년 여성에게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화병이 젊은층 사이에서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
화병은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분위기가 강한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질환으로 미국정신의학회에서 만든 ‘정신과질환 통계분류(DSM)’에 ‘화병(Hwabyung)’이라는 한국 병명이 그대로 게재돼 있다.
전문가들은 10, 20대 화병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학업, 취업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전체적으로 화병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2004년 2830명, 2005년 3096명 2006년 3663명, 2007년 4823명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또 국내에서 대학병원으로는 유일하게 화병 클리닉을 운영하는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김종우 교수팀이 2005∼2007년 병원을 찾은 17세 이상 남녀 670명(여자 515명, 남자 155명)을 분석한 결과 여성 화병의 주요 원인은 배우자 성격 때문인 반면 남성은 본인성격을 이기지 못해 화병에 걸리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화병의 원인은 배우자 성격이 36.7%로 가장 많고, 자녀문제(22.3%), 본인성격(19.8%) 등의 순이었다.
김 교수는 “여성의 화병은 과거에는 시댁 갈등이 많았지만 요즘은 16.3%로 높지 않은 편”이라며 “핵가족화로 화병의 대상이 시어머니에서 남편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남성 화병은 본인성격(40%), 대인관계(25.2%) 직장(25.2%) 배우자 성격(3.9%) 등이 주요 원인으로 조사됐다. 사회생활에서 다른 남성들과 부딪히며 생기는 스트레스로 인해 화병이 잘 생기는 것.
김 교수는 “남성은 승진과 인사에서 좌천됐다고 느낄 때, 퇴직 후 자신이 쓸모가 없어졌다고 느낄 때 화병이 자주 발생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화병은 뇌혈관, 심장혈관에 손상을 가져오는 만큼 예방이 중요하다”며 “화가 날 때는 폭발하지 않고 여유를 갖는 것이 좋지만 계속 참지 말고 운동 등을 통해 화로 쌓인 에너지를 외부로 발산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관련기사]뇌종양 등 위험요소는 희박 ‘스트레스 해소법’ 찾으세요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