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환자 늘어… 연골 재생 안돼 예방이 최선
《뼈와 뼈 사이를 유연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관절은 나이가 들면서 또는 무리한 운동이나 충격 등으로 다양한 질환이 생기게 된다. 한국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는 관절 질환으로는 무릎 손상 또는 노화로 인한 퇴행성 관절염, 자가면역질환인 류머티스 관절염, 어깨관절 질환인 오십견 등이 있다. 미리 알고 예방하면 그만큼 관절을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이에 3회에 걸쳐 이들 질환의 조기 예방과 치료에 대해서 알아본다. 》
회사원 홍형철(29·서울 서초구 서초동) 씨는 1년 전 축구를 하다 넘어지면서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심한 통증과 함께 무릎이 퉁퉁 부어올라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더니 괜찮은 듯했다. 그러나 그 후 운동을 하거나 산을 오르내릴 때마다 통증이 찾아왔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무릎관절 연골이 손상돼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통증을 무시하고 방치한 결과였다.
노인병으로 알려진 관절 질환이 젊은층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연세사랑병원이 2005∼2007년 무릎관절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 7만1012명을 분석한 결과 2005년 2376명이던 20, 30대 환자가 2007년 5800명으로 늘었다. 10대 이하 환자는 690명에서 1359명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레저활동과 스포츠 인구가 늘면서 무릎, 어깨, 손목관절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젊은층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강남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은 “젊은층의 경우 관절 통증을 이상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고 조금 쉬면 나아질 것으로 생각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방치하면 무릎에 염증이 생기면서 뼈가 파괴돼 이른 나이에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운동하다가 연골판 망가질 수 있어
관절 통증의 원인은 충격에 의한 외상과 과도한 관절 사용이다. 젊은층의 70%는 축구 농구 마라톤 등 과격한 운동을 하다가 통증이 생긴다. 심한 충격에 ‘반월상 연골판’이 찢어진 경우가 가장 많다. 반월상 연골판은 무릎관절의 위 뼈와 아래 뼈 사이 완충역할을 하는 반달 모양의 질긴 조각뼈다.
에어로빅 조깅 등산 등 강도가 낮은 운동도 반복하면 연골판이 서서히 망가진다. 손상된 연골판을 오랫동안 방치하면 완충이 없어져 퇴행성 관절염이 빨리 진행된다.
연골판이 닳거나 찢어지면 충격이 그대로 뼈에 전달된다. 동물실험에서 연골판을 20∼30% 제거했더니 무릎뼈에 걸리는 하중이 3.5배 증가했다는 연구도 있다.
운동을 하다가 무릎에 통증을 느끼면 어느 정도 손상이 진행된 경우이므로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생활에서 △걷거나 특히 계단 오르내릴 때 무릎에 통증을 느끼거나 △운동을 하고 난 후 무릎이 붓고 시큰거리거나 △갑자기 찌르는 듯한 통증이 오거나 △무릎에서 딱딱 소리가 나거나 △안정을 취하고 물리치료를 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 때는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다.
○ 관절내시경 통해 연골판 손상 쉽게 식별
X선 검사를 통해 근육, 인대, 특히 연골 손상 여부를 자세히 알기는 힘들다. 퇴행성관절염 여부를 정확히 알려면 자기공명영상(MRI)촬영 검사와 관절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경기 부천시 연세사랑병원 김용찬 원장은 “MRI는 무릎에 있는 구조물과 무릎 주위의 근육, 인대 등의 구조물을 잘 볼 수 있지만 연골판 손상을 찾아낼 확률은 80% 정도”라며 “눈으로 직접 보는 관절내시경을 활용하면 연골이나 반월상 연골판 손상을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관절내시경은 위내시경처럼 영상장치가 달린 내시경을 관절 부위에 찔러 넣어 속을 샅샅이 살펴보는 기구로 직경이 2mm 정도로 가늘어서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다. 또 관절내시경을 보면서 찢어진 연골판을 제거하는 수술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관절내시경 역시 수술이기 때문에 마취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관절내시경은 △X선 사진이나 정밀검사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통증이 계속되거나 △무릎에 물이 자주 차거나 △양반 다리를 했을 때 무릎 안쪽에 통증 또는 어긋난 느낌이 있거나 △무릎 뒤 오금이 당기거나 잘 펴지지 않거나 △무릎을 다친 후 걸으면 피로감이나 통증이 느껴질 경우 받아보는 것이 좋다.
○ 연골 손상이 크면 연골세포 배양이식술 적절
관절 손상이 심하지 않다면 연골 주사와 약물 치료로 증세가 호전될 수 있다. 연골 손상이 심하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적 치료는 먼저 연골재생수술을 들 수 있다. 손상된 크기가 아주 작을 때는 미세천공술 방법을 이용해 볼 수 있다. 미세천공술은 손상된 부위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연골재생세포를 흘러나오게 해 손상 부위를 치료하는 방법이다.
연골 손상 크기가 2cm² 이하로 작다면 자가 연골 이식술을 한다. 체중이 걸리지 않는 자신의 무릎 부위에서 연골을 채취해 이식하는 것이다.
연골 손상 부위가 2cm² 이상으로 클 경우에는 자신의 연골세포를 조금 떼어내 외부에서 증폭 배양한 후 이식하는 자가 연골세포 배양이식술을 한다. 자신의 연골세포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식에 따른 거부반응이 없고 이식 후 생착률이 90% 이상으로 높다.
연골이 손상되면 자연 치유되거나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손상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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