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Wiz·마법사).’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찾아온 뇌성마비로 2급 언어·지체 장애를 안고 있는 임현수(28·사진) 씨가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PC통신을 접하면서부터 사용한 ID다.
컴퓨터는 그에게 마법과 같다. 키보드 앞에 앉으면 그는 누구보다 자유롭다. 일상에서는 좀처럼 넘을 수 없는 장벽인 ‘장애’는 컴퓨터 모니터로 빠져드는 순간 감쪽같이 사라져버린다.
임 씨는 2006년 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4년’ 만에 졸업했다. 비장애인 친구들도 대학을 5년, 6년 다니는 상황에서 4년 만에 무사히 학업을 마친 셈.
그는 대학 시절 각종 컴퓨터 대회를 20여 차례 휩쓸고 정보통신부(현 방송통신위원회) 장관상도 4번이나 탔다. 첫 직장은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
하지만 그가 보여 줄 ‘마법’은 아직 끝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올해 3월 그 좋은 직장에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벤처 창업에 도전하기 위해서였다.
4월부터 포털 및 정보기술(IT) 전문가 5명과 작은 회사를 꾸려 신개념 지식검색 서비스 개발을 시작했다. 30일 통화한 그는 어눌하지만 분명하게 말했다.
“요즘 사람들이 많이 쓰는 지식검색 서비스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검색 모델이에요. 한 단어를 검색하면 즉시 그에 대한 일종의 소셜 네트워크를 형성해 사용자끼리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지원하는 신개념 서비스예요.”
3개월간 다걸기(올인)해 만들어진 이 서비스는 올해 10회째를 맞는 ‘정보통신벤처창업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게 됐다.
임 씨는 “2002∼2005년 4년 연속 도전했고 이번이 다섯 번째 도전이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비즈니스 모델로 국제특허 출원까지 마친 이 기술은 마무리 작업을 마치고 9월 비공개 서비스로 선보일 예정이다.
정식 법인설립 절차를 끝마치지 못했지만 그가 대표로 있는 회사의 이름은 그의 ID를 딴 ‘위즈(Wiz) 커뮤니케이션즈’.
“IT 전담 부처였던 정보통신부가 해체되면서 IT 벤처에 대한 지원도 많이 끊겨서 사업이 어려워졌어요. 장애인 창업 지원은 말할 것도 없고요. 제 ID처럼 장애인이든 누구든 자유롭게 IT벤처에 뛰어들 수 있는 마법 같은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