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언론사 선택하면 해당 화면 연결
‘책임 안지는 언론권력화’ 비판에 자구책
他업체 파급 촉각… 다음 “개편 계획 없다”
국내 인터넷 포털 1위인 네이버가 1일 메인화면의 뉴스서비스 편집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발표한 것은 ‘포털의 언론권력화’ 논란에 더는 휩싸이지 않겠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최휘영 대표이사 사장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메인화면의 뉴스박스 편집권을 일반 사용자와 개별 언론사에 완전히 넘기는 새로운 방식의 미디어 서비스 개편안을 발표했다.
올해 하반기(7∼12월) 적용될 예정인 개편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네이버의 메인화면 중앙에 있는 뉴스박스에서 더는 네이버가 선정한 종합뉴스를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종합뉴스 코너는 한 곳에서 여러 언론사의 뉴스를 볼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누리꾼들을 포털로 집중하게 하는 역할을 하면서 ‘여론 왜곡’이란 부작용을 낳곤 했다.
네이버의 이번 조치가 포털 안에서 옥석(玉石) 구분 없이 혼란했던 한국의 ‘언론 생태계’를 제대로 돌려놓는 데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관심이 높다.
○ 왜 ‘편집 포기’ 선언했나
포털들의 메인화면 뉴스 편집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미 2, 3년 전부터 시작됐다.
언론학계에서는 포털들의 뉴스 편집이 언론사 고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메인뉴스 선정의 자의성과 선정성, 이에 따른 부정적 여파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은 “나름의 객관적 기준에 따라 뉴스를 ‘유통’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런 비판을 외면해 왔다. 그러면서도 이런 뉴스 유통을 통해 생성되는 여론 및 사회적 파장에 대한 책임은 회피한 채 뉴스콘텐츠를 통한 막대한 수익을 누려 왔다.
그러나 언론계, 정치권의 꾸준한 문제 제기에 이어 올해 초에는 사법부까지도 포털에 언론의 책임을 묻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은 1월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네이버의 운영사인 NHN 등에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네이버는 기사를 단순히 전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취재 편집 배포하는 기능을 갖춘 언론매체”라고 못 박았다.
또 ‘포털 저널리즘’을 정립하기 위한 관련 규제를 마련하라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자 포털업계에서는 ‘포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자칫 포털의 전체 서비스 위축과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논란 및 반(反)정부 불법 시위 사태가 터지면서 ‘일부 포털이 특정 세력의 편을 들기 위해 여론을 조작한다’는 의혹은 일반인 사이로까지 확산됐다.
뉴스 편집권을 포기하기로 한 네이버의 결정은 이 같은 논란과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 사장은 “뉴스 편집은 직접 기사를 취재한 언론사가 하는 게 맞다. 사회적 의제 설정 기능은 언론에 맡기고 네이버는 뒤로 빠지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 어떤 파장 미칠까
네이버의 이번 결정은 포털에 대한 규제가 가해지기 전, 자체적으로 먼저 내놓은 개선안이란 점에서 의미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존 방식의 서비스에서는 공신력 없는 정보도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메인뉴스에 등장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개인 사용자들이 선택한 책임 있는 언론사들의 뉴스를 중심으로 서비스가 이뤄지게 됐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네이버 측에서도 뉴스 편집권이 개인 사용자와 개별 언론사에 넘어가면서 뉴스서비스와 관련된 논란에서 느끼는 부담을 한결 덜 수 있게 됐다.
인터넷업계는 네이버의 이번 결정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그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인터넷 전문가는 “네이버가 뉴스편집권을 포기하기로 한 만큼 다음 등 다른 포털들도 이 같은 행동을 취하길 바라는 사회적 요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포털 관계자도 “최근 포털의 가치중립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고 해외 인터넷업계에서도 개인화 서비스가 강화되는 추세인 만큼 큰 방향에서 맞는 선택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줄곧 포털의 ‘미디어’ 기능을 강조해 온 다음 측은 “네이버의 결정과 관련한 특별한 방침을 정하지 않았다”며 “다음의 뉴스 서비스 방식 역시 어떠한 개편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논란 및 반정부 불법시위 정국에서 “편향된 뉴스 편집으로 불법 과격시위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미디어 기능을 강화하는 전략을 펴 왔다.
그러나 포털업계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대형 포털들도 많은 규제와 사회적 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네이버의 새로운 뉴스서비스 방식을 따라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언론사 기사판단 직접 전달하는게
포털 뉴스서비스 신뢰도 높이는 길”▼
■ 최휘영 NHN사장 회견
“네이버가 뉴스를 취사선택해 보여주는 공적 기능에서 딜레마를 느껴왔습니다.”
최휘영 NHN 대표이사 사장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뉴스 편집 중단 조치 등은 사회적 의제 설정과 포털 업체로서의 역할 사이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동안 고민이 적지 않았음을 털어놓았다.
네이버 내부에서는 뉴스 편집 기능 등과 관련해 “계속 유지해 사회적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과 “검색 기업 본연의 비즈니스에만 충실하자”는 주장이 대립해왔다.
기자 출신인 최 사장은 “(뉴스 편집 기능을 포기하더라도) 네이버가 정보유통 플랫폼으로서 이용자들에게 더 좋은 뉴스 콘텐츠를 다양하게 구성해 보여주는 것 역시 여전히 가치 있는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직접 기사를 취재하고 선택한 언론사의 판단에 따라 초기화면에 배치되는 뉴스를 선정해야 한다”며 “언론사의 편집 가치가 이용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것이 포털 뉴스 서비스의 신뢰를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음 아고라와 같은 토론장을 열 계획은 없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주목받는 서비스를 모두 따라할 수는 없다”며 “지금 하고 있는 서비스를 더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답변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