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고 4시간 반에 걸쳐 ‘광고주 협박’ 게시글의 위법 여부에 대해 토론했다. 박명진 위원장을 비롯해 9명 위원 중 일부가 의견이 엇갈려 표결로 ‘광고주 협박’ 게시글 삭제 조치를 의결했다. 아래는 위원들의 의견.(위원장과 부위원장 외 가나다순)
▽박명진(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위원장=소비자 운동이라는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접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간접적 관계자까지 포함하면 범위가 무한정이 된다. 상품가격에 광고비가 포함돼 있다지만 간접적 관련자까지 포함해서 불매운동을 하면 경제활동과 사회질서는 무너진다.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손태규(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부위원장=언론 자유,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외부적 요인이 예전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었다면 사회 제 세력은 이제 정치 경제권력 못지않게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요소다. 기업이 광고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영업을 위한 필수적 권리다.
▽김규칠(대한불교진흥원 상임이사)=지금 상황이 대규모 시위를 할 만큼 기본권 침해가 현저한 상황이냐, 이런 방법 없이 정부에 대항하는 방법이 있느냐,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건전한 법질서를 유지하면서도 최소 규제의 원칙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박정호(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건전한 소비자 운동이라고 할 수 없다. 자신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대상 기업이 아니라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는 신문에 광고를 내는 다른 기업을 공격하고 있다. 소비자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정상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는 광고매체를 선택하는 기업의 권리도 중요하다.
▽박천일(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광고는 미디어 기업의 주 재정원이기도 하지만 거시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유통체계를 연결하는 매개다. 이것을 인위적으로 하게 하는 건 위법행위를 조장해 법질서를 해치고 영업자유와 기업권 등 타인의 권리는 침해한다. 이 사안은 다수의 의견을 소수의 의견인 양 착각하고 소수의 의견을 다수의 의견으로 착각하는 메시지 왜곡 현상이자 다원적 무지 현상이다.
▽백미숙(한국방송학회 ‘한국방송학보’ 편집위원)=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광고 불매로 나아간 것이다. 영업의 자유를 떠나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 것이다. 게시판에 적시된 정보와 별개로, 그 이후의 행위는 개인적인 판단에 달려 있는 것인데 이를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
▽엄주웅(언론광장 운영위원)=합리적 계산을 통한 합리적 행동이다. 누구나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곳에서 한 걸 가지고 불법정보라고 하면 되느냐. 표현의 자유를 다루는 곳에서 개연성과 추측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다만 특정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인 글 중에서 담당자의 성명과 전화번호가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은 업무방해보다 개인정보에 해당되므로 삭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윤덕(정보통신연구진흥원 전문위원)=80건의 글들은 특정인을 대상으로 유도하는 것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의견을 개진한 것일 뿐이다. 그걸 하느냐 마느냐는 읽는 사람의 자유일 뿐이므로 이런 글은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정종섭(서울대 법대 교수)=자신이나 타인에게 보이콧을 설득 권유하는 것은 인정된다. 특정 신문 보이콧 효과를 높이기 위해 광고 내지 말자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보이콧의 대상자와 거래하는 제3자에 대해 보이콧에 참여해 달라는 게 아니라 ‘참여 안 하면 불매운동하겠다’고 하는 것은 ‘2차 보이콧’이며 이는 민법상 불법이고 대법원 판례도 나와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