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소비자 권리 넘어선 불법 행위”

  • 입력 2008년 7월 2일 02시 57분


일부 위원 “불특정 다수에게 개진한 의견” 주장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고 4시간 반에 걸쳐 ‘광고주 협박’ 게시글의 위법 여부에 대해 토론했다. 박명진 위원장을 비롯해 9명 위원 중 일부가 의견이 엇갈려 표결로 ‘광고주 협박’ 게시글 삭제 조치를 의결했다. 아래는 위원들의 의견.(위원장과 부위원장 외 가나다순)

▽박명진(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위원장=소비자 운동이라는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접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간접적 관계자까지 포함하면 범위가 무한정이 된다. 상품가격에 광고비가 포함돼 있다지만 간접적 관련자까지 포함해서 불매운동을 하면 경제활동과 사회질서는 무너진다.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손태규(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부위원장=언론 자유,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외부적 요인이 예전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었다면 사회 제 세력은 이제 정치 경제권력 못지않게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요소다. 기업이 광고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영업을 위한 필수적 권리다.

▽김규칠(대한불교진흥원 상임이사)=지금 상황이 대규모 시위를 할 만큼 기본권 침해가 현저한 상황이냐, 이런 방법 없이 정부에 대항하는 방법이 있느냐,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건전한 법질서를 유지하면서도 최소 규제의 원칙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박정호(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건전한 소비자 운동이라고 할 수 없다. 자신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대상 기업이 아니라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는 신문에 광고를 내는 다른 기업을 공격하고 있다. 소비자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정상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는 광고매체를 선택하는 기업의 권리도 중요하다.

▽박천일(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광고는 미디어 기업의 주 재정원이기도 하지만 거시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유통체계를 연결하는 매개다. 이것을 인위적으로 하게 하는 건 위법행위를 조장해 법질서를 해치고 영업자유와 기업권 등 타인의 권리는 침해한다. 이 사안은 다수의 의견을 소수의 의견인 양 착각하고 소수의 의견을 다수의 의견으로 착각하는 메시지 왜곡 현상이자 다원적 무지 현상이다.

▽백미숙(한국방송학회 ‘한국방송학보’ 편집위원)=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광고 불매로 나아간 것이다. 영업의 자유를 떠나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 것이다. 게시판에 적시된 정보와 별개로, 그 이후의 행위는 개인적인 판단에 달려 있는 것인데 이를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

▽엄주웅(언론광장 운영위원)=합리적 계산을 통한 합리적 행동이다. 누구나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곳에서 한 걸 가지고 불법정보라고 하면 되느냐. 표현의 자유를 다루는 곳에서 개연성과 추측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다만 특정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인 글 중에서 담당자의 성명과 전화번호가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은 업무방해보다 개인정보에 해당되므로 삭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윤덕(정보통신연구진흥원 전문위원)=80건의 글들은 특정인을 대상으로 유도하는 것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의견을 개진한 것일 뿐이다. 그걸 하느냐 마느냐는 읽는 사람의 자유일 뿐이므로 이런 글은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정종섭(서울대 법대 교수)=자신이나 타인에게 보이콧을 설득 권유하는 것은 인정된다. 특정 신문 보이콧 효과를 높이기 위해 광고 내지 말자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보이콧의 대상자와 거래하는 제3자에 대해 보이콧에 참여해 달라는 게 아니라 ‘참여 안 하면 불매운동하겠다’고 하는 것은 ‘2차 보이콧’이며 이는 민법상 불법이고 대법원 판례도 나와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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