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표시 신호등’ 실제 응용… 특허출원 작품 다수
盧정부때 과기부 “윗선서 제동… 동아와 사업 못해”
작년 행사 동아일보 이름 빠졌다 1년만에 정상화
국내 최대 규모의 청소년 발명대회인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미래 과학도를 꿈꾸는 전국 초중고교 학생들이 과학기술 아이디어를 겨루는 경연의 장인 이 대회는 ‘문화주의’를 사시(社是)로 삼고 다양한 문화 창조활동을 격려한 동아일보사와 과학기술 중흥을 내건 옛 과학기술처가 1979년 공동으로 개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민간 기업인 한국야쿠르트가 협찬 기관으로 참가했다.
국가 발전과 인재 양성을 고민하던 언론사와 정부, 기업이 “발명이야말로 국가 발전의 근간”이라는 공통 인식을 가진 결과였다. 대회를 주관한 국립과학관의 공정한 심사와 운영은 다른 발명대회의 모범이 되었다.
제1회 대회에서 당시 인천여상 3학년이던 이희순 양이 ‘연탄 연소가스 배기장치’로 대상을 받았다. 첫 회 대상 상금이 50만 원이었는데 당시 물가를 고려하면 상당한 수준이었다. 해외여행이 어려웠던 시절 대회 입상자 전원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 견학을 다녀온 것도 전국적인 화제가 됐다.
모두 110건이었던 첫 대회 출품작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 올해는 15만5000여 점이 출품됐다. 7회인 1985년부터 대상이 국무총리상에서 대통령상으로 격상돼 명실상부한 최고 권위의 학생발명전으로 자리잡았다.
고사리손으로 만든 수많은 발명품은 30년의 세월 동안 많은 화제를 낳았다. 특히 1999년 대통령상을 받은 전남 용호초등학교 6학년 서대웅 군의 ‘순간순간 예측이 가능한 편리한 신호등’은 지금도 과학관 관계자들에게 ‘전설’로 남아 있다. 이 발명품은 신호등에 녹색불이 켜질 때 남은 시간을 점으로 표시한 것으로 실제 신호등에 응용되기도 했다.
2000년 이후 특허로 출원되는 작품도 늘었다. 2004년 은상을 받은 ‘놀면서 관찰하는 재미있는 팽이’를 비롯해 2007년 ‘색맹 색약자도 구별할 수 있는 역광에 의한 사고방지용 신호등’ ‘조합배열의 원리를 응용한 학습용 무한 상상력 계발 장치’ 등이 특허로 출원됐다.
대학입시 전형에서 각종 대회 수상 경력이 중요한 자료로 반영되면서 대회의 인기와 권위는 더욱 치솟았다. 경기도의 한 고교 교사는 “이 대회에서 금상 이상을 받으면 성적이 평범해도 명문대를 가는 데 큰 힘이 된다”고 밝혔다. 모 대학의 교수는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한 학생은 특별전형으로 우선 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회를 여는 동안 여러 차례 바뀐 정권과 상관없이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창의성과 꿈을 키워주고 나라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했던 이 대회는 동아일보에 집요한 압박을 가하던 노무현 정부에서 시련을 겪었다.
29회 대회를 앞두고 있던 지난해 3월 당시 과학기술부 측은 동아일보 사업국에 “함께 행사하기 어렵다. 윗선에서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면서 “올해만 동아일보라는 이름을 빼고 겉으로는 국립중앙과학관의 단독행사처럼 하면 안 되겠느냐”고 전해왔다. 결국 지난해는 대회개최 요강에서 공동주최 기관인 동아일보의 이름이 빠진 채 진행됐다가 올해 정상화됐다.
국립과학관의 의뢰로 학생발명전 30년 역사를 조사한 춘천교대 이면우 과학교육학과 교수는 “이 대회는 교육에 초점을 맞춘 발명 관련 국내 최고 대회”라며 “교사와 학생들에게서 이 대회가 창의력과 과학화에 상당히 도움을 준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고 말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