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 무사귀환’ 일등공신은 美원숭이 ‘고르도’

  • 입력 2008년 7월 11일 03시 05분


《침팬지가 인간을 대신해 우주 임무를 수행한다는 내용의 SF 애니메이션 ‘스페이스침스’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우주비행사의 혈통을 이어받은 주인공 침팬지가 험난한 여정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다는 줄거리. 실제로 우주개발사(史)에서 동물들이 세운 공은 적지 않다. 이들은 인간을 대신해 춥고 숨 막히는 극한의 환경에 맞서 인류의 꿈을 실현시킨 ‘일등공신’이다.》

■ 인류의 꿈을 싣고 우주로 간 동물들

1958년 우주궤도 올라 자기 몸의 10배 무게 견뎌

개-고양이 등 극한환경 실험… 22일간 우주 체류도

○ 최초의 로켓 탑승 동물은 파리

우주 개발 초창기 과학자들은 주로 우주에서의 생존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동물을 활용했다. 첫 테이프를 끊은 동물은 파리였다. 1947년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나치 독일에서 입수한 V-2로켓에 파리를 실어 대기권으로 발사했다. 우주로 생명체를 쏘아 올리기에 앞서 우주방사선이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듬해인 1948년 미국은 ‘앨버트 1세’와 ‘앨버트 2세’라는 이름의 붉은털원숭이를 V-2로켓에 태워 보기로 했다. 앨버트 2세는 133km나 되는 거리를 나는 데 성공했지만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귀환에는 실패했다. 1951년 ‘요릭’은 함께 탑승한 생쥐 11마리와 함께 산 채로 로켓 비행에 성공한 첫 번째 원숭이로 기록됐다.

원숭이와 쥐에게 주목했던 미국과 달리 옛 소련은 인간을 대신할 후보로 개를 선택했다. 개가 원숭이보다 성격이 덜 까다로워 비행에 더 적격이라고 판단한 것.

1951년 옛 소련 정부는 새로 개발한 R-1 로켓에 두 마리의 개를 태웠다. 이들은 비록 우주 궤도까지 오르지는 못했지만 로켓 비행에 성공한 최초의 개로 기록됐다. 그 뒤를 이어 1957년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우주로 향한 ‘라이카’는 우주 궤도를 비행한 최초의 동물로 남았다. 1961년 옛 소련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할 때까지 로켓에 몸을 실은 개는 10마리가 넘었고, 이들은 대부분 발사와 귀환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 인간의 꿈 실현한 뜻있는 희생

자신감이 붙은 과학자들은 안전 귀환과 우주 활동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1958년 미국 해군이 훈련시킨 다람쥐원숭이 ‘고르도’는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실려 성공적으로 우주 궤도에 올랐다. 고르도는 귀환 과정에서 자기 몸의 10배가 넘는 무게를 견디며 우주 비행사의 무사귀환 가능성을 열었다. 그러나 최종 착륙 과정에서 받은 충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 덕분에 이듬 해 발사된 원숭이 ‘에이블’과 ‘베이커’는 450km 상공까지 올라갔다가 성공적으로 생환할 수 있었다.

‘스페이스침스’의 주인공인 햄 3세의 할아버지로 언급되는 ‘햄’은 1961년 미국이 발사한 레드스톤 로켓을 타고 우주로 향한 실존했던 침팬지. 햄은 우주선에 설치된 모형 계기반을 조작해 보는 임무를 맡았다. 인간에 가장 가까운 햄은 무중력 환경에서 우주인이 복잡한 계기반을 정상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우주에 장기 체류하는 동물들도 생겨났다. 1966년 발사된 ‘베테로크’와 ‘우골요크’라는 러시아 개는 코스모스 110호에서 22일간 체류하고 돌아왔다. 이들의 체류 기록은 인간이 1974년에야 깰 수 있었다.

○ 한국 첫 우주동물은 초파리?

1960, 70년대를 거치며 우주여행을 한 동물은 다양해졌다. 1961년 옛 소련은 보스토크 3A호에 쥐와 기니피그, 개구리를 실어 보냈다. 프랑스는 뇌파 측정 장치를 머리에 단 ‘펠릭스’라는 고양이를 우주로 보냈다. 그 뒤로도 거미, 달팽이, 잉어, 송사리, 대구, 메추라기, 매미나방의 우주 비행이 잇따랐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1990년 실험용 기니피그를, 일본이 1995년 양서류를 우주로 보낸 것과 달리 한국은 아직 자체 개발한 로켓으로 우주에 동물을 보낸 일이 없다. 그나마 4월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씨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가지고 올라간 초파리 1000마리가 전부다. 같은 달 19일 이 씨와 함께 생환한 초파리는 600마리. 과학자들은 장기 우주여행에서 일어날 인간의 신체적 변화를 연구하는 데 이를 활용할 예정이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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