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시아서 임상시험 가장 활발”

  • 입력 2008년 7월 11일 03시 13분


신약개발 능력 척도… 다국적 제약사 의뢰시험 건수 1위

서울이 아시아에서 신약개발능력의 척도가 되는 임상시험이 가장 활발한 도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에서는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이 임상시험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아시아의 임상시험 ‘허브’=최근 홍콩대 임상시험센터(CTC)가 발표한 ‘임상시험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10월부터 2007년 9월까지 시행된 5167건의 다국적 제약회사 의뢰 임상시험 건수를 도시별로 조사한 결과 서울이 1위에 올랐다. 2∼8위는 타이베이, 홍콩, 싱가포르, 뉴델리, 방갈로르, 뭄바이, 베이징 순이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존 칼버그 CTC 선임연구원은 “주로 북미와 유럽 지역에 국한됐던 임상시험이 아시아, 동유럽, 남미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아시아 도시 중에서는 서울, 타이베이, 홍콩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국가별로는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올해 1월 발간한 ‘임상시험 트렌드’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에서 25번째로 임상시험을 많이 시행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스페인 등 북미·유럽 국가들이 1∼5위를 차지했다.

아시아권에서는 서울이 가장 활발하게 임상시험이 이뤄지고 있지만 임상시험 시행관리 수준을 강화하지 않으면 조만간 베이징, 도쿄 등에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중국은 1년 가까이 걸리는 임상시험 허가승인 기간을 8주 이내로 줄이겠다는 목표 아래 현재 관련 법규를 개정하고 있다.

일본은 2006년부터 외국 임상시험에 대해 문호를 개방했다. 자국 제약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규제를 철폐하고 40여 개 대학병원에 임상시험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임상시험 관리감독 강화해야=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2005년∼2008년 5월 임상시험 승인현황을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 총 818건의 임상시험 승인건수 가운데 1상 시험은 서울대병원이 61건으로 1위에 올랐다. 2상과 3상 시험은 서울아산병원이 각각 72건, 195건으로 가장 많았다.

질병별로는 항암제 임상시험이 201건(24.6%)으로 가장 많았고 정신신경계약물 85건(10.4%), 심혈관계질환 치료용 항응고제 52건(6.4%), 당뇨병 치료제 49건(6.0%), 고혈압 치료제 28건(3.4%)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다국적 제약회사로부터 임상시험을 의뢰받아 얻은 수익금은 서울대병원 130억 원, 삼성서울병원 120억 원, 고려대 안암병원 95억 원 등이었다. 식약청은 지난해 국내 임상시험 시장 규모가 1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상시험 단계별로 보면 승인조건이 가장 까다로운 1상 시험이 매년 증가해 국내 임상시험 능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암제 1상 시험은 2005년 6건에 불과했으나 2006년 8건, 2007년 11건, 2008년(5월 현재) 12건이 승인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임상시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임상시험 관리감독 강화, 환자보상 강화, 임상시험연구자에 대한 임상시험 규약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무영 식약청 임상관리과장은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에 비해 임상시험 현장관리 및 조사 인원이 크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외국처럼 임상시험을 실시하는 제약사가 환자 보상을 위해 ‘피해구제기금’을 만드는 것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임상시험

동물에게 약물을 투여해 독성과 안전성을 시험하는 전(前)임상 시험 단계를 거쳐 인체에 약물을 적용하는 단계. 1상은 약물의 흡수, 분포, 대사, 배설 과정을 살펴본다. 2상에서는 적정한 약물 용량과 안전성을 검토한다. 3상에서 최적의 용량을 확정하면 시판이 가능하다. 1상의 승인조건이 가장 까다로워 탈락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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