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도 에너지 효율 높으면 공과금 감면
선진국들 고유가 비상대책 강력 시행
‘정부 스스로도 솔선해서 냉방 온도 목표를 28도로 삼고 적절히 조절하라.’
일본 정부가 최근 내놓은 ‘하계(夏季·6∼9월) 에너지 절약대책’에 있는 내용이다. 일본 정부청사의 실내온도는 한국 정부의 공공부문 적정 실내온도인 27도보다 1도가량 높다.
여름철에 넥타이를 매지 않는 등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실내 온도를 28도로 유지하는 ‘쿨비즈’ 정책은 2005년 처음 실시돼 이미 일반 국민의 생활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미국도 초고유가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세계적 이슈에서 예외가 아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건물의 에너지 소비량이 국가 총소비량의 40%에 이르는 것을 감안해 2020년까지 신축 건물은 70%, 기존 건물은 20∼30%의 에너지를 절감하는 ‘빌딩 아메리카(Building America)’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또 건축 지역 안에서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고, 건물 내에서는 에너지 소비량을 최소화해 결과적으로 순(純)에너지 소비량을 0으로 유지하는 ‘제로 에너지 빌딩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17일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제3차 오일쇼크가 현실화하면서 한국보다 에너지 자립도와 소득 수준이 높은 선진국들도 외부적으로는 자원 확보에 주력하면서 내부적으로는 한국보다 더 강력한 에너지 절약대책을 내놓고 국민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12월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대책인 ‘신에너지 공동정책 전략’보다 한층 강화된 내용을 담은 ‘통합 에너지·기후보호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주택 및 상가를 임대하거나 매매할 때 소유자는 이달부터 건물의 에너지 소비량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내년 7월에는 모든 건물에 이 같은 정책이 적용된다.
영국은 한 발짝 더 나아가 주택에 적용했던 ‘건물 에너지 효율등급 증명서’를 비주거용 건물로 확대하고, 건물 구조와 창문 설계 등의 에너지 효율을 평가해 9등급으로 분류한 뒤 공과금을 차등 적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각 가정이나 기업에서 건물을 사용하거나 제품을 생산할 때 절약한 에너지에 대해 증명서를 발급해 주고, 이를 매매할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 절약 증명서 발급·거래제’를 2010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덴마크는 이 같은 강력한 에너지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결과 1980년 5% 수준에 불과했던 에너지 자급도를 2006년 145%까지 끌어올렸다.
한국 정부도 선진국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에너지 주무부처인 지경부는 물론이고 국가정보원도 최근 ‘선진국의 에너지 절약시책 및 원용 방안’ 보고서를 작성해 정부 각 부처에 배포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선진국 대부분이 올해부터 이산화탄소를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하는 교토(京都)의정서 대상 국가이기 때문에 강력한 에너지 절약 대책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며 “한국도 세계적 추세에서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에너지 절약대책 수준도 더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