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식별번호 010으로 단일화?…강제로 통합땐 SKT-KTF-LGT 희비교차
유무선 통신시장에서 ‘010’ ‘070’ 등 전화번호 국번 앞에 붙는 세 자리 식별번호를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이 전개되고 있다.
‘070’ 식별번호를 사용하는 LG데이콤 등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은 일반 시내전화 번호를 사용하기 위한 번호이동제도 시행을 놓고 KT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1∼6월)쯤 ‘010’ 가입자 비율이 8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KT가 주도하는 휴대인터넷 와이브로에 ‘010’ 번호를 부여할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황이다.
○ 시내전화 번호 사용 놓고 갈등
지난달 말로 예정됐던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도가 보류되며 KT와 LG데이콤 등 10개 인터넷전화 사업자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인터넷전화 가입자도 일반 시내전화 번호를 사용할 수 있는 번호이동제도가 시행되면 KT의 기존 시내전화 시장이 잠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전화는 일반 전화보다 전화요금이 저렴하지만 119 등 긴급통화 때 발신자의 주소를 자동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단점 때문에 번호이동을 허용받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등과 협력해 별도의 위치확인시스템을 운영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가 번호이동 허용을 재심사할 다음 달에도 시행 결정이 내려질지 불투명한 상태다. 소방방재청과 경찰청 등 긴급통화 유관기관들도 인터넷전화 위치추적 시스템 운영에 미온적이다.
한 인터넷전화 업체 관계자는 “KT가 강력히 반발해 방통위가 제도 시행을 연기했고, 이 때문에 방재청까지 눈치를 보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KT는 자사(自社)의 인터넷전화 서비스가 본격화할 2011, 12년까지는 번호이동제도 도입에 부정적이어서 시내전화 번호 사용 여부에 대한 사업자 간 갈등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 ‘010’ 번호 놓고 이통-KT 경쟁
휴대전화 식별번호 ‘010’ 사용자는 지난달 말 기준 2829만 명으로 전체 가입자 4470만 명의 63.3%에 이른다. 이는 SK텔레콤과 KTF가 ‘T’와 ‘SHOW’로 대변되는 3세대(3G) 휴대전화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OZ’를 앞세운 LG텔레콤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010’의 비율이 80%를 넘긴 시점에서 기존 ‘01X’ 식별번호를 폐지하고 ‘010’ 강제통합 정책 방향을 검토할 계획이다.
그러나 강제통합에 따른 이동통신 업체 간 이해득실은 엇갈린다.
‘스피드 011’의 막대한 브랜드가치가 휴지조각이 된 SK텔레콤은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다른 사업자보다 ‘01X’ 가입자를 더 오래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LG텔레콤도 ‘010’ 통합 지연을 은근히 바라고 있다.
반면에 3G 시장을 주도하는 KTF는 ‘010’ 통합에 다걸기(올인)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KT의 휴대인터넷 와이브로로 무선 인터넷전화를 거는 서비스에 ‘010’을 부여할지는 향후 통신업계 판도에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KT-KTF 합병이 이뤄질 경우 망 투자비가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SK텔레콤이나 LG텔레콤은 ‘결사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동통신 업체의 한 관계자는 “와이브로는 인터넷 서비스인 만큼 음성 식별번호는 ‘010’이 아닌 ‘070’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