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거나 손을 많이 사용하다 보면 전기놀이를 하듯 찌르르한 손 저림 증상이 찾아올 때가 있다. 손목으로 통하는 신경에 손상이 가서 생기는 ‘손목터널증후군’이다.
손목터널증후군의 의학적 명칭은 ‘수근관증후군’. 장시간 컴퓨터 앞에서 마우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도 다수 발생한다고 해서 ‘마우스증후군’으로도 불린다.
손목에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과 신경, 혈관 등이 지난다. 이들을 둘러싸고 보호하는 일종의 터널 역할을 하는 수근관이 외부적 압박을 받으면 전기가 통하는 듯한 통증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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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런 손 저림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이가 많아졌다.
부천연세사랑병원 수부(手部)전문센터 김성훈 소장은 “일상생활에서 손을 활용하는 범위가 넓은 만큼 손 저림 증상을 방치하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 잦은 손목 사용이 원인
“손 저리는 거 그냥 무시할 게 아니에요. 초기에 병원을 찾았더라면 수술까지 안 해도 됐을 텐데….”
10년째 택시운전사로 일하는 김미경(가명·50·여) 씨의 말이다.
김 씨는 증상을 계속 참고 지내다가 손바닥이 마르고 손이 떨려 운전이 힘들어지자 지난달 병원을 찾았다. 막 U턴을 하려던 순간 손목이 저려 핸들을 놓칠 뻔했기 때문이다.
가볍게만 보았던 손 저림 현상. 하지만 “수술까지 해야 한다”는 의사의 진단에 덜컥 겁이 났다. 그러나 “손바닥을 1cm 정도 절개한 뒤 신경을 압박하는 근육만 제거하면 된다”는 김 소장의 말에 안심했다. 수술 후 통증이 사라지면서 김 씨는 일상의 생활로 돌아왔다.
손목터널증후군은 가사를 도맡으며 손을 사용하는 일을 많이 하는 중년 여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또 손을 많이 쓰는 직업인 악기연주자나 이용사, 미용사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강남연세사랑병원 수부전문센터 성창훈 소장은 “컴퓨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중년 여성뿐 아니라 남성이나 청소년에게도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감각 무뎌지고 근력도 떨어져
손 저림은 일시적이고 경미하게 시작하므로 초기에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놔두면 서서히 강한 통증으로 발전한다. 처음에는 잠깐 주무르기만 해도 증상이 호전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더 자주 나타난다. 특히 밤에 잘 때에 더 심해져 때론 통증 때문에 잠을 깨기도 한다.
손 저림 증상을 방치하면 신경막 조직이 변성된다. 손가락의 감각이 무뎌지고 엄지손가락 아래 부분이 꺼진다. 손바닥이 마르며 납작해지는 ‘탈수초화 증상’이다. 나중에는 저린 느낌이 평소에도 사라지지 않고 엄지손가락의 근력도 약해진다.
김 소장은 “탈수초화 증상이 진행되면 손바닥의 감각을 전혀 못 느끼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5분 수술’로 통증을 없앤다
증상을 느낀 기간이 수개월로 비교적 짧고 통증도 지속적이지 않다면 대개 비수술적인 치료로 고친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사용하거나 밤에만 손목 부위에 부목을 대는 것으로도 증상은 호전된다.
손 저림 증상이 1년 이상 지속적으로 나타났을 때는 수술을 고려한다. 또 근전도 검사에서 중등도 이상의 마비를 보인다면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수술은 손바닥의 1cm 정도를 절개해 압박하고 있던 근육을 제거하는 최소절개방식으로 진행한다. 이 방식은 수술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 2주 정도 압박붕대를 감고 있어야 하지만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는다.
김 소장은 “최소절개수술은 수술시간이 5분 정도로 짧지만 통증은 수술 후 바로 사라진다”면서 “수술을 통해 낮아졌던 근력의 회복이 빨라지고 통증도 적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 치료보다 정확한 진단이 우선
손목터널증후군의 치료에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이다. 손 저림은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손목터널과 그 외의 부위에서 동시에 신경을 압박 받고 있는 ‘이중 압박’도 있다. 목 디스크에 의한 신경 압박, 쇄골 아래에서 일어나는 신경 압박 등이 그 예다. 이때는 두 가지 신경 압박을 함께 치료해야만 완치가 가능하다. 각종 검사와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이유다.
김 소장은 “손 저림 증상을 계속 방치하거나 원인을 제대로 찾지 못해 잘못된 치료를 할 경우 수술을 해도 신경이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통증을 느끼는 초기에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목 디스크 있어도 손 저림 온다!▼
목 디스크 치료는 비수술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뉜다. 통증이 심하지 않을 때에는 누워서 쉬거나 보조기를 착용하면 증상이 호전된다. 통증이 심하면 진통제, 근이완제 등의 약물을 주입하고 물리치료를 병행해 디스크를 바로잡는다.
증상이 더욱 악화돼 비수술적 치료가 효과적이지 않을 때에는 수술을 결정한다.
수술법에는 ‘추간판 제거 유합술’과 ‘인공디스크 치환술’이 많이 쓰인다.
추간판 제거 유합술은 문제가 생긴 추간판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자기 뼈나 인공뼈를 넣어 뼈와 뼈를 다시 연결시켜 주는 수술. 가장 보편화된 수술법으로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진 방법이다. 하지만 수술 후 목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울 수 있고 회복기간이 길다. 연결한 뼈가 다 붙기까지 3개월 정도 보조기를 착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합술의 단점을 보완한 인공디스크 치환술은 문제가 발생한 디스크를 제거한 뒤 인공디스크를 삽입하는 수술법. 회복기간을 3개월에서 2주로 줄였으며, 수술 후에도 관절 기능이 유지돼 목과 머리를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다.
부천연세사랑병원 척추전문센터 김재현 소장은 “목 디스크는 최근 젊은층에서도 많이 발생하는 만큼 회복이 빠르고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없는 인공 디스크 치환술을 원하는 환자들이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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