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 공기 ‘숨통’이 트인다

  • 입력 2008년 7월 29일 03시 00분


하루 전 내린 소나기가 대기 오염 물질을 깨끗이 씻어낸 6월 22일. 이날 서울 하늘은 서울시가 1995년 공기 질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맑았다.

대기청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미세먼지 농도는 m³당 12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 서울 남산타워에서 인천 앞바다가 보였고, 망원경을 통해서는 개성의 송악산까지 볼 수 있었다. 23일 미세먼지 농도는 21μg, 24일엔 18μg을 기록했다.

이처럼 올해 들어 대기가 쾌청한 날이 부쩍 늘어나면서 올해 상반기(1∼6월) 서울의 공기 질은 1995년 이후 가장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기준치에 5μg 차로 근접 예상=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세먼지 평균농도는 62μg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2μg)에 비해 10μg이나 줄었다.

30μg 이하 저(低)농도 일수는 지난해 상반기 10일에서 올해 23일로 130%나 증가했다. 반면 100μg 이상인 고(高)농도 일수는 32일에서 17일로 줄었다.

자동차 배출가스의 영향을 직접 받는 도로변의 공기 질도 부쩍 좋아졌다. 도로변(65μg)과 일반 대기(60μg)의 미세먼지 농도 차가 5μg밖에 나지 않았다. 지난해 도로변(74μg)과 일반 대기(66μg)의 차는 8μg이었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유지된다면 올해 서울의 미세먼지 평균농도는 55μg으로 1995년 이후 가장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풍을 타고 오는 중국 오염 물질과 황사 영향을 받는 봄보다는 가을 겨울이 일반적으로 공기 질이 좋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가장 공기 질이 좋았던 해는 2005년(58μg)이었다.

미세먼지에 대한 환경부 기준치는 50μg,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치는 40μg이다. 서울시는 2010년까지 미세먼지 농도를 46μg까지 개선할 계획이다.

▽기상 조건과 교통량 감소도 영향=서울 공기가 올해 들어 확연히 좋아진 것은 서울시가 대기 질 개선을 위해 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서울시는 2006년 이후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5200대를 압축천연가스(CNG) 차량으로 바꿨다. 2010년까지 모든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를 CNG 차량으로 바꿀 계획.

또 올해부터 미세먼지 배출의 주범인 7년 이상 된 노후 경유차에 저공해 조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2010년까지는 노후 경유차 22만 대에 매연저감장치(DPF)를 부착하거나 액화석유가스(LPG) 엔진으로 교체한다.

아울러 기준에 못 미치는 노후 경유차가 내년부터 수도권 대기관리권역(서울 인천 전역, 경기 24개 시군)을 운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환경부와 협의 중이다.

올해 상반기 황사 강도가 예년에 비해 약했고, 평균 기온이 지난해보다 0.8도 낮은 것도 공기 질 향상에 도움이 됐다.

또 고유가로 자동차 통행량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남산 1∼3호 터널을 오가는 차량은 지난해에 비해 1.6%, 올림픽대로를 포함한 5개 도시고속도로를 다니는 차량은 2.2% 감소했다.

시민들도 서울의 공기 질이 한결 좋아졌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가 시민 147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86.2%(좋아졌다 73.1%, 아주 좋아졌다 13.1%)가 좋아졌다고 답했다.

택시를 운전하는 한명진(57·서울 강서구 방화동) 씨는 “몇 년 전만 해도 버스나 트럭이 매연을 내뿜으면서 지나가곤 했는데 요즘은 그런 차가 거의 사라지면서 공기가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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