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촛불운동가, 유흥업소서 공금 탕진

  • 입력 2008년 8월 4일 18시 45분


인터넷 포털 다음의 아고라 사이트에서 '촛불 운동가'를 자처하며 촛불시위 모금활동을 벌였던 대학생이 모금액 중 일부를 안마시술소와 나이트클럽 등에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촛불집회 현장에서 여대생이 사망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사망설을 광고하기 위해 신문 광고비를 모금했던 김모(23) 씨가 모금액 1900여만 원 가운데 500여만 원을 횡령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여대생 사망설 의혹을 규명하는 신문광고를 싣겠다며 지난달 8일부터 25일까지 아고라 토론방에서 모금운동을 벌였다. 누리꾼들은 '힘내세요' '고마워요' '믿습니다' 등의 응원 메시지와 함께 적게는 3000원에서 많게는 10만 원까지 김 씨가 개설한 모금 계좌로 돈을 보냈다. 누리꾼 950명이 보낸 돈은 1926만9874원.

하지만 김 씨는 모금을 시작한 지 사흘 만에 모금 계좌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지난 달 11일 20만 원을 현금으로 인출한 것을 시작으로 10만~20만 원씩 뽑아 모두 180만 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또 신용카드 결제일에 맞춰 100만 원을 자신의 개인계좌로 이체하는 등 300만 원을 모금계좌에서 개인계좌로 옮겼다.

경찰은 "결제된 신용카드 내역을 살펴보니 안마시술소, 나이트클럽, 숙박업소, 술집에서 대부분 사용됐다"고 전했다.

김 씨는 모금액 1900여만 원 가운데 1400만 원만 한겨레신문의 1면 광고비로 사용했다.

그러나 김 씨는 4일 오후 아고라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한겨레신문에 광고를 하고 남은 돈과 그 돈으로 2차 광고를 하겠다는 내용을 이미 공지했다"며 "오늘 나머지 광고 집행비 470만 원을 신문사 측에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김 씨가 모금계좌에서 현금으로 인출한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시인했다. 그리고 모금계좌에서 개인계좌로 돈을 옮긴 행위 자체가 공금 횡령"이라고 말했다.

광주의 모 대학 단과대 학생회장인 김 씨는 지난달 초 인터넷에 촛불시위 여대생 사망설을 유포한 혐의로 1일 긴급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여대생 사망설은 6월 초 지방신문 기자가 허위로 유포한 것이 드러났는데도 김 씨가 동영상과 글을 올려 사망설이 진짜인 것처럼 확대시켰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김 씨에 대해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3일 기각됐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에 참석하러 상경하던 중 불심검문하던 50대 경찰관을 때려 6주간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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