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린치는 1977년부터 1990년까지 피델리티라는 금융회사에서 ‘마젤란펀드’를 운영하며 2700%라는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거둡니다. 1억원을 맡겼다면 13년뒤 27억원이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기간동안 그는 단 한번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거둔 적이 없다고 합니다.
사실 수익률 면에서는 피터 린치보다 조지 소로스나 존 네프 같은 사람이 더 뛰어난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들보다 피터 린치가 더 뛰어난 펀드매니저로 불리는 이유는 그가 투기를 하지 않고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해 장기 투자하는 ‘투자의 철학’ 면에서 더 존경을 받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피터 린치가 쓴 책 중에 2권은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오래전 번역된 ‘월가의 영웅’과 최근 나온 ‘이기는 투자’입니다. 월가의 영웅은 적어도 머리말과 목차는 한번 볼 필요가 있습니다. 피터 린치의 투자 전략이 쉽고 재미있게 나와 있습니다.
이기는 투자에도 피터 린치가 샀던 여러 기업이 나옵니다. 그 중 하나가 ‘페니메이’입니다. 피터 린치는 이 회사에 대해 “투자 역사상 이처럼 좋은 기업이 없었다”며 극찬합니다. 심지어 자기 책상에 가족 사진과 함께 이 회사의 본사 사진이 있다고 자랑했습니다.
페니메이…,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하시는 분은 요즘 경제 돌아가는 것에 관심이 많은 분입니다.
그렇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정부의 긴급 자금을 지원받은 모기지 회사, 즉 주택대출 회사입니다. 페니메이와 함께 프레디맥의 위기는 서브프라임(신용도가 낮은 계층의 주택대출) 위기를 가까스로 넘어서던 미국 경제를 다시 한번 위기로 빠뜨렸습니다.
전 처음에 이 회사 이름을 신문에서 들었을 때 ‘피터 린치가 말한 회사가 아니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주말 잠깐 서점에 들러 확인했는데 그 회사가 맞더군요. 투자의 신이 ‘미국에서 가장 투자할만한 기업’으로 꼽았던 그 회사가 지금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물론 피터 린치가 좋다고 했던 것은 10년 전입니다. 그러나 미국 주택경기가 계속 좋았던 걸 생각한다면 이 회사의 평가는 그동안 나빠지지 않았을 겁니다. 피터 린치가 펀드매니저를 계속했다면 이 회사 때문에 말년에 망신살을 샀을지 모릅니다. 워런 버핏의 회사 주식도 최근 폭락장에서 20%나 떨어졌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투자의 신’도 틀릴 수가 있습니다. 하물며 우리같은 보통 사람들은….
투자는 결코 만만한 대상이 아닙니다. 한순간에 사람을 집어삼길 괴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인류는 원자력 발전을 통제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체르노빌 등 지난 몇 번의 대형 참사는 원자로가 한순간에 괴물로 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투자를 잘 길들여 부디 성공 투자 하세요. 다만 딱 2가지만 생각해 보세요.
1. 100% 확실해 보이는 투자지만 사실 내 결정은 틀릴 수 있다.
2. 만일 1번이 일어났을 때 버티거나 빠져나올 방법은 있는가?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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