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약 안만졌다고? 지문 보면 다 나와”

  • 입력 2008년 8월 9일 03시 01분


美대학팀 지문에 남은 마약-폭탄 흔적 확인기술 개발

‘나는 당신이 무엇을 만졌는지 알고 있다.’

미국의 한 대학 연구팀이 사람의 지문에 남아 있는 미세한 양의 물질을 분석해 그 사람이 어떤 물건을 만졌는지 알아내는 기술을 개발해냈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퍼듀대 화학과 그레이엄 쿡스 교수 연구팀이 질량분석법을 범죄수사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장비를 이용해 지문을 분석하면 지문의 주인공이 마약이나 폭발물, 독약 등을 이전에 만졌는지 추적할 수 있다는 것.

이 기술은 지문에 전기를 충전한 특수 액체를 뿌려 지문의 성분을 분리해낸 뒤 지문 성분이 포함된 액체를 질량분석기에 넣고 가열 및 증발시키면 전류가 지문 분자로 옮겨가는 원리를 이용했다.

전류가 지문 분자로 이동하는 과정이 반복되면 지문 전체에 대한 2차원 이미지가 만들어진다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손가락 끝에 마약, 폭약 등 다양한 화학물질을 바른 뒤 유리컵이나 종이, 플라스틱 등을 만지도록 하고 여기에 묻은 지문을 분석해 지문에 남은 마약, 폭약 등의 자국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의 성공으로 한 곳에 여러 지문이 겹쳐 있는 상황에서도 특정 화학물질에 노출된 지문을 가려낼 수 있어 범죄수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현재 수억 원에 이르는 지문분석 장비의 가격이 크게 낮아져 몇 년 안에 상용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장비가 상용화되면 회사 직원들의 컴퓨터 자판에 묻은 지문을 분석해 마약 복용 여부를 검사하는 등 윤리적 논란도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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