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어요. 제 외모는 또래에 비해 젊어 보였지만 관절은 사실 더 늙었던 거죠.”
올해로 42세인 스포츠센터 에어로빅 강사 임지영(가명·여) 씨. 그는 평소 “20대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임 씨는 운동을 하며 늘 외모를 가꿔온 보람을 느꼈다.
그런데 1월 별안간 무릎에 통증이 왔다. 이전에도 무리하게 강의 일정을 소화하면 약간 아프긴 했지만 그때 느낀 통증과는 분명히 다른 차원의 통증이었다.
관절전문 연세사랑병원의 연골재생센터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과 관절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진단 결과 무리한 관절 사용으로 인한 연골 손상으로 판명됐다. 관절에 부담이 큰 에어로빅을 매일 하면서도 자기 몸에 무관심했던 탓이다.
연골재생수술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2월 초 연골을 채취했고, 3월엔 배양된 연골세포를 주입했다. 수술 부위 절개는 4cm 정도였다. 수술 시간도 20분 내외였다. 임 씨는 올가을 강의계획을 짜면서 현재 재활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평소엔 관절의 소중함을 잊고 산다. 건강할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통증이 지속되거나 심하면 새삼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
관절이 아픈 이유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연골 손상이다. 연골은 무릎과 어깨, 골반, 손가락과 발가락, 코, 귀 등 몸의 어디에나 있다. 이 가운데 무릎 연골은 강한 충격이나 무리한 활동으로 가장 많이 손상되는 부위다.
○ 닳거나 혹은 찢어지거나
인간이 직립보행을 시작하면서부터 무릎의 고행은 시작됐다.
무릎 관절은 걸을 때마다 체중의 2, 3배 하중을 받는다. 또 체중이 5kg 늘어나면 무릎이 감당하는 무게는 15kg 늘어난다.
무릎은 노동의 강도가 큰 반면 안정성에는 취약하다. 아랫돌에 윗돌을 괴어 놓은 맷돌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를 주위의 인대와 근육이 붙잡고 있다. 운동도 경첩처럼 접었다 펴기만을 반복한다.
걷거나 달릴 때 충격을 완화해주는 장치는 ‘반월상연골판’ 두 개가 전부다. 이 반월상연골판이 손상되면 그 충격이 고스란히 뼈로 전해진다.
반월상연골판은 무릎의 위 뼈와 아래 뼈 사이에 반달 모양으로 붙어 있는 물렁뼈다. 축구선수 박지성이 그랬듯, 과격한 운동을 하면 잘 찢어진다. 반복되는 가사일로 닳아서 손상되기도 한다.
동물실험 결과 반월상연골판의 20∼30%가 제거되자 무릎 뼈에 걸리는 하중은 3.5배나 증가했다. 방치하면 손상 부위는 점점 넓어지고 퇴행성관절염으로 진행되는 속도도 빨라진다.
연골이 손상되면 주로 자세를 바꿀 때 통증이 온다. 양반다리를 할 때나 무릎을 구부릴 때, 계단을 오를 때 무릎에 힘이 없고 아프다면 전문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연세사랑병원 연골재생센터 고용곤 원장은 “연골에는 자연치유 능력이 없으므로 한 번 손상되면 스스로 회복되지 않는다”면서 “관절이 아프면 하루빨리 정확한 진단을 받아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 내 연골로 고친다
기존 연골 손상에는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었다. 약을 먹거나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통증을 없애는 것이 전부였다. 퇴행성관절염이 심해져 인공관절 수술까지 받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자신의 무릎 연골을 채취해 손상된 연골을 보충해주는 수술법(자가연골재생법)이 사용된다. 손상된 연골을 치료하면서 퇴행성관절염으로의 진행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1987년 스웨덴에서 처음 시술된 자가연골재생법은 국내에선 2000년에 자체 개발됐다.
우선 환자의 무릎 가운데 체중 부하가 적게 걸리는 곳에서 극소량의 정상 연골세포를 채취한다. 연골세포는 약 4주간 분리 배양돼 1000배 이상 증식된 뒤 손상 부위에 주입돼 손상된 연골을 채워준다.
이 시술법은 자신의 연골세포를 사용하므로 거부반응이 없고 주입 후 손상 부위에 잘 생착(生着)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고 원장은 “자가연골재생법은 한 번의 시술로 영구적인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관절 질환을 완치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 90% 이상 수술 성공률
손상 부위에 주입된 연골세포는 48시간 안에 생착된다. 시술 후 이틀이 지나면서부터는 재활운동을 시작한다. 무릎을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하는 운동이다. 이 운동은 혈액순환을 도와 재생연골에 활발하게 영양을 공급한다.
4개월이 지나면 무릎은 웬만한 충격을 견딜 수 있게 된다. 이때부터는 조깅이나 걷기 같은 가벼운 운동이 가능하다. 재생연골은 살아있는 조직이므로 시간이 흐를수록 더 튼튼해진다.
세계적으로 이 시술법의 성공률은 90% 이상이다. 국내 성적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연세사랑병원의 자체 조사 결과 최근 3년간 자가연골재생법으로 치료받은 환자의 90%가 완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 원장은 “환자의 나이와 연골의 손상 정도에 따라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다”면서 “55세 이전과 비교적 연골 재생 능력이 좋은 손상 초기에 치료를 받으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