댁의 가전, 말 잘듣나요

  • 입력 2008년 8월 14일 02시 54분


‘내비’ 검색 말로 척척… 홈네트워크 먼거리도 작동

음성인식기술 획기적 발달로 실생활 곳곳서 응용

음성인식 기술이 실생활 곳곳에 쓰이고 있다.

음성인식 성공률은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고 단어를 단순 ‘인식’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의 의도를 ‘이해’하는 수준으로까지 진화했다.

1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음성인식에 인공지능망 개념이 도입되고 주변 잡음 제거와 먼 거리 음성인식 등 주요 기술이 잇달아 개발되면서 음성인식 기술이 실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음성인식 기술은 1990년대 말 휴대전화 등에 적용되면서 소비자들에게는 ‘낯익은’ 기술이다.

10여 년 전 배우 안성기 씨가 “본부, 본부”를 외쳐 바로 전화를 연결하던 TV 광고가 큰 인기를 끌면서 음성인식에 대한 궁금증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실제 성공률은 매우 낮아 오히려 소비자들의 실망만 키운 채 잊혀진 바 있다.

그러나 그동안 관련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편리함을 중시하는 산업적 수요 덕분에 음성인식 시장의 규모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말로 거는 전화 1636’은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290%가량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존 전화번호는 지역번호까지 더하면 9∼11개 번호를 눌러야 하지만 이 서비스는 ‘1636’을 누른 뒤 미리 등록해 놓은 업체명을 부르거나 ‘중국집’ 등 업종을 선택하면 인근 등록업체로 자동 연결해준다.

LG데이콤의 기술을 활용한 이 서비스는 현재 일부 사투리 오류를 제외하면 97%에 가까운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음성인식 기술은 단순히 사전에 등록된 단어만을 ‘인식’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언어인식 체계를 적용한 차원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신(新)기술은 이미 자동차는 물론 집안 곳곳으로 활용도를 넓혀가는 중이다.

파인디지털의 ‘파인드라이브 바이오’는 세계 최초로 사람의 목소리를 음소 단위로 이해하는 기술을 사용한 내비게이션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이 기술은 단어 단위로 인식하는 기존 방식 대신 일일이 음소로 풀어 인식하는 방법을 통해 15Mb(메가비트)만으로 45만 개의 단어를 인식할 수 있다. 이전에는 수백 Mb의 저장 용량을 동원해도 최대 3만 개의 단어를 인식하는 게 한계였다고 한다.

파인디지털 측은 “단어 개수 등 용량에 한계가 없어 서울을 비롯해 전국 광역시 어디에서도 바로 사용할 수 있다”며 “별도의 기기 조작 없이 음성만으로 목적지를 검색할 수 있어 운전 중 글자를 입력해야 하는 위험한 동작이 불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통신기술은 3m 떨어진 거리에서도 음성을 인식하는 파토킹(far talking) 기술을 신규 입주 아파트의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서울통신기술 김정묵 상무는 “음성인식 장치는 머잖아 기존의 일반적 입력 장치를 대신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음성을 바탕으로 한 휴먼 인터페이스를 통해 모든 정보기기와 가전기기들이 쉽고 편리하게 연결되는 홈 네트워크 기능이 구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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