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조종장치로 로봇 작동
쥐의 뇌세포에서 얻은 뉴런(자극을 전달하는 신경계 단위)으로 움직이는 로봇이 개발돼 뉴런이 인간의 기억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힐 수 있게 됐다고 영국 BBC 등 외신이 13일 보도했다.
영국 리딩대 연구팀이 만든 ‘고든’이라는 이름의 이 로봇은 쥐의 뉴런을 원격조종장치로 움직이는 기계에 이식한 것이다. 외부에서 뉴런에 전기 신호를 주면 뉴런이 활동하며 로봇이 움직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연구팀은 쥐 태아에서 얻은 뉴런을 60개의 전극이 연결된 판에 배열한 뒤 전기 자극을 줘 뉴런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뉴런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서로 연결망을 형성하면서 두뇌활동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고든은 현재 벽이나 장애물을 피해 움직이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로봇에 연결된 뉴런이 살아있기 때문에 반복적 경험 학습을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게 되면서 길을 찾아가게 된다는 것.
예를 들어 벽에 부딪히면서 동일한 전기신호를 받게 되면 이를 기억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뇌세포의 뉴런이 어떻게 학습하고 기억하는지, 또 뇌에 어떻게 축적되는지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연구팀은 특히 뉴런의 학습 및 기억축적 과정이 밝혀지면 뇌세포의 상실과 퇴화 때문에 일어나는 질병인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의 원인을 밝히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뉴런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는 뉴런의 활동이 복잡한 인간의 행동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였다”며 “고든은 이러한 의문을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