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교정과 생기침으로 ‘맑은 피부’를
“그래, 그거야!”
두 손을 모으고 베이징 올림픽 경기를 긴장 속에 시청하던 직장인 이미정(32·여) 씨가 소리쳤다. 그녀는 조마조마한 마음에 베개를 앉고 웅크린 자세로 TV를 보다 30여분 만에 “만세” 소리와 함께 허리를 폈다. 갑자기 허리에 번개에 맞은 것 같은 통증이 찾아왔다.
장시간 구부정한 자세로 있으면 어깨와 등이 결리고 허리 통증을 느낀다. 관절과 척추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구부정하고 비뚜름한 자세가 뼈에 좋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안다. 자세는 뼈에만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나쁜 자세는 피부에 악영향을 미친다.
올림픽에 푹 빠지면 피부를 망치기 십상이다. 자세뿐만 아니라 밤까지 이어지는 TV 시청과 꿀맛 같은 야식은 소화불량과 수면 부족의 큰 원인이다. 피부는 혈액, 체액 등 체내의 모든 수액(진액)의 순환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진액이 원활히 순환해야 영양소와 수분이 피부에 골고루 공급된다. 구부정한 자세로 오래 있거나 잠을 설치면 피부는 푸석푸석해진다.
자세와 피부건강을 한의학적으로도 풀어보자. 한의학에선 상체를 상초, 중초, 하초로 나눈다. 심장이 있는 상초는 따뜻한 성질을 띠고, 신장이 있는 하초는 차가운 성질을 띤다. 상초의 따뜻한 기운이 아래로 내려가 하초의 차가운 기운을 데운다. 한편 차가운 하초의 기운은 상초로 올라가 열기를 식힌다. 이를 ‘수승화강(水乘火降)’이라고 한다. 일종의 ‘대류현상’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자세교정 전문병원인 청담여성한의원 맹유숙 원장은 “수승화강이 잘 돼야 신진대사가 원활해져 피부가 곱게 유지된다”면서 “수승화강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이 바로 구부정하고 비틀어진 자세”라고 설명했다.
나쁜 자세는 척추와 갈비뼈를 휘게 만들어 오장육부를 압박한다. 이로 인해 호르몬분비 등 내분비계 활동력이 떨어지면 신진대사가 방해받는다. 상초의 열이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얼굴로 올라가면 여드름 등 각종 피부 트러블이 일어난다. 또 피부에 수분과 영양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기미가 잘 생기고 얼굴이 푸석하게 된다.
피부는 ‘내장의 거울’이란 게 맹 원장의 지론. 오장육부가 바로 서야 몸도 건강해지고 피부도 따라서 좋아진다는 것이다. 무의식 속에 굳어진 구부정한 자세를 바로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더운 여름, 자세를 교정해 건강도 찾고 고운 피부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 자세교정에도 ‘요요현상’이?
다리를 꼬는 습관, 비스듬히 앉는 습관, 온몸에 힘을 빼고 구부정하게 앉는 습관…. 건강에 적신호인 이런 자세는 모두 나쁜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다.
수십 년간 나쁜 자세가 몸에 굳어지면 좀처럼 고치기 힘들어진다. 자신의 자세가 좋지 않다는 걸 알면 누구나 똑바로 앉아보려고 하지만 5분을 채 버티기 힘들다. 어느새 몸은 예전 자세로 되돌아가기 일쑤다. 이미 척추가 굽거나 골반 뼈가 비틀어졌기 때문이다.
이때는 외부의 힘으로 가해 교정하는 수밖에 없다. 맹 원장은 손으로 환자의 뼈를 밀고 당겨 비뚤어진 척추와 골반을 바로잡아 나쁜 자세를 교정하고 있다. 그는 “뼈를 교정하더라도 생활습관이 고치지 않으면 ‘도로아미타불’일 뿐”이라면서 “바른 자세를 만드는 운동을 하면서 의지를 갖고 생활습관을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피부조직과 관련된 근육에 ‘생기침’을 놓아 굳어진 근육을 풀어주는 치료도 한다. 가슴에서 시작해 얼굴, 뒷목을 지나 어깨, 등까지 60여 개의 침을 놓는 방법이다. 기미와 여드름은 침만으론 효과적으로 다스릴 수 없다.
이때는 뜸으로 복부를 따뜻하게 해 몸속의 진액 순환을 활발하게 하는 방법을 쓴다. 안면근육을 풀어주는 물리치료도 병행한다. 이렇게 하면 상초와 하초의 순환이 잘 돼 신진대사가 원활해져 피부가 촉촉해지고 생기가 도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맹 원장은 설명했다. 얼굴로 가는 열을 아래로 내려주므로 여드름이 차츰 사라지고, 피부 영양공급도 활발해져 기미도 사라지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 1시간마다 스트레칭, 수시로 기지개 켜야
척추 건강을 위해선 건강한 사람도 1시간마다 스트레칭을 해주고 수시로 기지개를 켜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기지개는 근육에 혈액순환이 안 되거나 피로가 쌓였을 때 나타나는 몸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기지개를 켜면 근육이 팽팽하게 당기면서 긴장이 된다. 기지개를 켜는 과정에서 굳어 있던 근육이 이완돼 혈액순환이 촉진되고 뭉쳐 있던 근육들이 풀리게 된다.
기지개를 자주 하면 집중력도 향상되고 정신도 맑아진다. 특히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 직장인이나 학생은 일정시간 간격을 두고 스트레칭을 해주면 나쁜 자세를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된다.
양손을 깍지 껴 뒷목에 두고 가슴 쪽으로 당기면서 머리를 숙이는 ‘뒷목 스트레칭’, 깍지 낀 손을 뒤집어 앞으로 쭉 뻗는 ‘팔 스트레칭’, 양팔을 뻗어 의자 등받이를 뒤로 잡은 채 가슴을 젖히는 ‘가슴 스트레칭’ 등도 자세를 바로잡는 데 좋은 운동이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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