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25도 맞춘채 잤더니 “에∼취! ”

  • 입력 2008년 8월 18일 02시 55분


여름감기 걸리지 않으려면

《회사원 박형진(33) 씨는 휴가를 끝내고 직장에 복귀한 후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이 메슥거렸다. 휴가 후유증이려니 생각했지만 증상은 더욱 심해져 두통과 오한까지 생겼다. 나중에는 침을 삼키기도 어려워졌다. 병원을 찾은 박 씨는 감기 판정을 받았다.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말도 있지만 병원은 여름 감기에 걸린 환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냉방 실내외 온도차 5도 이내로

30분~1시간 간격으로 환기해야

에어컨 필터 2,3주마다 청소를

○ 여성과 아이들 더 조심해야

여름 감기는 근본적으로 겨울 감기와 원인이 다르지 않다. 면역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져 감기 바이러스가 몸에 침투하면서 생긴다. 다만 바이러스 종류가 계절별로 약간씩 다를 수 있다. 여름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리노바이러스와 아데노바이러스가 주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 감기는 실내 생활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보니 전염성이 강하다. 반면 여름 감기는 실내외의 과도한 온도차 때문에 면역력 저하로 자주 걸린다. 여름 감기는 개인적인 면역력이 감기 발병과 확산을 좌우하기 때문에 집단 감염은 적다.

고열, 기침, 오한 등이 여름 감기의 주요 증상이다. 목과 머리가 아프거나 소화불량이 생기기도 한다. 겨울 감기는 이런 증상 외에 몸살 기운이나 호흡기 합병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겨울 감기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잘 걸린다면 여름 감기는 아이들과 여성이 취약하다. 여성들은 생리적인 이유 외에 체온을 잃기 쉬운 옷차림 때문에 잘 걸린다.

아이들은 실내외 온도차가 클 때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감기에 잘 걸린다. 아이들의 경우 여름 감기라고 무시했다가 결막염, 축농증, 중이염 등 합병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심하면 폐렴에 걸릴 수도 있다.

○ 천식, 비염, 냉방병과 혼동 조심

여름 감기에 걸리면 기침을 하고 콧물을 흘린다. 그러나 기침과 콧물 증상이 있다고 모두 감기는 아니다.

천식은 기침을 하면서 숨이 차는 특징이 더 강하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콧물을 흘리기는 하지만 특정한 상황에서 집중적으로 흐른다. 보통 때는 괜찮다가 잠을 자려고 눕기만 하면 콧물이 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감기로 보이는 여러 증상이 3주 이상 나타나면 천식이나 알레르기성 비염을 의심해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감기 증상은 냉방병 증상과도 다르다. 냉방병은 실내외의 큰 온도차로 우리 몸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 일반적으로 실내외 온도차가 5∼8도 이상 되는 환경에 오래 있으면 자율신경계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

피부 혈관이 급격하게 수축하고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 후에는 호흡기 점막이 마르면서 면역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져 피로감, 어지럼증, 구토, 콧물, 기침 등이 생긴다.

반면 감기는 명백하게 바이러스의 침투로 생기는 병이다. 물론 냉방병에 걸리면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에 더 잘 걸린다.

○ 온도와 습도 조절이 중요

일단 감기에 걸렸다면 휴식이 최선이다. 어떤 약을 먹어도 감기 치료는 불가능하다. 다만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약을 복용할 수는 있다. 증상이 심하면 진통제나 항히스타민제를 먹는다.

여름 감기를 유발하는 냉방병을 예방하려면 에어컨을 사용할 때 실내외 온도차가 5도를 넘지 않도록 한다. 실내 온도를 25도 이하로 설정하면 냉방병에 걸리기 쉽다. 30분∼1시간마다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자동차로 장거리 운전을 할 때는 공기의 방향을 ‘실내 순환’에 두지 말고 외부에서 공기를 끌어들이는 ‘실외 환기’ 방식을 택한다.

냉방 환경에서 흡연은 금물이다. 에어컨 필터를 2, 3주마다 청소해 줘야 냉방력을 유지하고 세균 번식도 막을 수 있다.

적당한 습도 유지도 필수다. 에어컨은 더운 공기를 식히는 과정에서 수분까지 응결시키기 때문에 습도가 낮아진다. 집에서라면 화장실 바닥을 늘 축축하게 한 뒤 문을 열어두면 좋다.

(도움말=이정권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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