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Before&After]팔다리 마비 목통증 ‘척수증’

  • 입력 2008년 8월 20일 02시 59분


팔다리 마비 목통증 ‘척수증’ 수술 2주만에 ‘싹~’

발병후 1년 내 수술해야 효과적… 뇌중풍 오인 많아

“뇌졸중인 줄 알고 10년 동안 약 먹고 침 맞고 안 다녀 본 병원이 없습니다.”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정방웅(67·충남 공주군 사공면) 씨는 10년 전부터 팔다리가 저리고 힘이 빠지더니 감각이 무뎌졌다. 손발은 마치 얼음물 속에 담갔다가 꺼낸 것처럼 차가웠다.

정 씨는 나이가 들어 그러려니 하면서 한동안 그냥 지냈다. 증세가 더 심해지자 혹시 뇌중풍(뇌졸중)이 아닌가 싶어 신경과 치료를 받았다. 진료 결과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올해 초 서울의 한 대학병원 신경과를 찾았다가 경추(목뼈) 질환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한림대 의대 한강성심병원 척추센터에서 본격적인 치료를 받기로 했다.

○ 팔다리가 마비되고 목에 통증 심해

정 씨는 혼자서 똑바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다리에 힘이 없고 몸의 균형감각도 잃어 심하게 비틀거렸다.

특히 손은 젓가락질을 하기가 어렵고, 옷의 단추를 채우지 못할 정도로 마비 증세가 심했다. 목을 숙이거나 좌우로 돌리면 통증이 심했다. 똑바로 누워서 자는 것도 힘들었다.

김석우 한강성심병원 척추센터 교수는 뇌에서 나와 목뼈 속을 지나 팔다리로 가는 신경(척수)을 압박해서 생기는 ‘척수증’으로 진단했다. 정 씨의 증세는 목뼈 뒤에 있는 인대가 뼈처럼 딱딱하게 굳어 두꺼워지면서 신경을 압박한 것이 원인이었다.

김 교수는 “척수증은 신경을 눌러서 손발에 마비가 온다는 점에서 뇌졸중과 비슷하지만 목 척추질환이기 때문에 뇌기능은 거의 정상”이라고 말했다.

또 척수증은 뇌중풍과는 달리 수술을 받지 않으면 증세가 서서히 악화돼 걷기가 힘들고 다리 근육이 떨리며 배뇨나 배변이 힘들어진다.

○ 신경관을 넓혀주는 고난도 수술

정 씨는 수술에 앞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 X선,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았다. 운동기능과 신경계 이상을 알아보기 위해 근전도검사도 받았다.

정밀진단 결과 정 씨는 2번 목척추와 제2 가슴척추 사이의 모든 신경관이 전체적으로 좁아져 있었다. 이로 인해 양팔의 근력이 떨어져 있었고 손가락의 쥐는 힘도 떨어진 상태. 다리 신경 기능의 약화로 근력이 떨어져 걷는 것도 힘들었다.

정 씨는 전신마취를 한 후 목 뒤쪽을 절개해 좁아진 신경관을 넓혀주는 ‘경추 후방 중앙 분리형 후궁 성형술’을 받기로 했다. 총 10시간이 넘는 고난도 수술이다.

지름 8mm도 안 되는 좁은 신경관에는 뇌에서 온몸으로 가는 모든 신경과 혈관이 밀집해 있고 기도, 식도 등 생명과 직결되는 기관이 앞으로 지나간다.

의료진은 외과수술 전용 X선 촬영기(C-arm)로 정확한 수술 위치를 잡았다. 수술 중에 환자 몸으로 전달되는 신경계 이상 유무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진행했다.

신경관을 넓히기 위해 가로 1.5㎝×세로 1.0㎝×높이 1.0㎝의 인공뼈 6개를 일정한 간격으로 벌려서 삽입했다. 예전처럼 척추 관절 움직임에 제한을 주는 나사못 등 불필요한 고정기구를 삽입하지 않아 수술 후에도 목을 정상처럼 움직일 수 있다.

○ 발병 1년 이내 수술 효과 최대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정 씨는 수술 이틀 후부터 목에 보조기를 착용하고 걸을 수 있었다. 2주 후에는 완전히 회복했다. 목을 짓누르던 통증은 가셨고 무디던 양손의 감각도 많이 되돌아왔다. 셔츠의 단추도 자유자재로 끼울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눈에 띄게 변한 것은 걸음걸이. 수술 전에는 누가 옆에서 부축을 해줘야만 걸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혼자도 잘 걷게 됐다.

정 씨는 “지긋지긋한 목 통증으로부터 해방됐다”며 “요즘은 똑바로 누워서 깊은 잠을 잔다”며 웃었다.

척수증은 일반적인 경추나 척추 질환과는 다르다. 일단 증상이 발병하면 약물치료, 물리치료로는 효과를 보기 힘들고 수술을 통해서만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

발병 1년 이내에 수술을 받아야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손발마비 증상이 오면 한 번쯤은 척수증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조기에 발견해서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는다면 정상적인 활동능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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