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향 나는 사과’

  • 입력 2008년 8월 22일 03시 00분


과일-채소 고유 향 만드는 효소구조 규명

“특이한 향 나는 식물 만들어낼 수 있을것”

텍사스大 이동선 교수팀 발표

‘장미향 나는 사과’를 맛볼 수 있을까? ‘포도향 나는 잔디밭’의 피크닉은 어떨까?

과일과 채소에서 나는 고유의 향을 만드는 효소의 구조가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 효소를 이용하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향을 가진 식물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대 의대 이동선 교수팀은 “식물의 몸 안에서 ‘녹색잎 휘발물’을 만드는 효소의 3차원 구조를 밝혀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 21일자에 발표했다. 이 화합물은 채소와 과일의 독특한 향을 만드는 물질이다.

식물은 지방산 산화물을 이용해 향을 내는 녹색잎 화합물은 물론 해충을 공격하고 식물을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재스민산을 함께 만든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 필요한 두 효소를 분리한 뒤 X선을 이용해 각각 3차원 구조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놀라운 점은 그 다음이었다. 두 효소는 핵심 구조가 매우 닮았다. 연구팀은 재스민산을 만드는 효소의 기본 구성물인 아미노산 하나를 바꿔봤다. 이 결과 재스민산 효소가 향을 내는 녹색잎 휘발물을 만들었다.

또 이 물질을 만드는 효소는 지금까지 식물에만 있다고 생각했으나 연구팀은 식물과 공생 관계에 있는 세균에서도 이 효소를 찾아냈다. 심지어 말미잘, 산호, 활유어 등 해양동물에서도 발견했다. 연구팀은 식물과 동물의 공통 조상이 이 효소를 갖고 있었지만 식물과 동물로 갈라져 각각 진화하면서 지금은 일부 종에만 이 효소가 남아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 교수는 “이 효소를 이용하면 과일을 포함해 식물의 향을 바꾸거나 높이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향이 오래가는 과일이라든가 특이한 향이 나는 채소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그는 “식물이 이 화합물을 이용해 해충이 싫어하는 물질을 내뿜어 자신을 방어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으로 해충을 제어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경북대 미생물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미국 텍사스대 의대 조교수로 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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