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출범 20주년을 맞은 대전 대덕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 만난 구중억 연구장비진흥실장의 말이다. 기념식장인 만큼 밝은 얘기를 예상했지만 대뜸 ‘어깨가 무겁다’는 표현부터 튀어나왔다.
기초연은 과학기술 분야 연구장비 지원전문 기관이다. 말 그대로 자체 연구보다는 지원이 주 업무인 만큼 ‘조연’ 취급을 받아왔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바뀌었다. 정부가 과학기술 선진화의 선결과제로 연구장비의 관리와 활용능력 강화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공기관에서 구입한 1000만 원 이상 고가 국산장비 가격은 총 5465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관리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예를 들어 대당 2억∼5억 원인 레이저주사현미경은 국내에 약 129종(323억 원)이 도입됐으나 정상 가동되고 있는 것은 16%가량인 20여 대뿐이다.
지난해 정부는 기초연을 연구장비지원 조정기능 기관으로 새롭게 지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 초부터 ‘연구장비진흥실’을 설치해 관련 연구 및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25일 지식경제부가 밝힌 연구장비 활용도 제고 추진 사업 등 정부 부처별로 진행되는 연구장비 활용계획은 모두 기초연의 조정에 따르게 된다.
박준택 기초연 원장은 “범부처 차원에서 연구장비 등 시설이 중복되지 않도록 데이터베이스(DB)로 관리하고, 효율적 활용 방법에 대한 정책적 연구 역시 병행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교수 및 전문연구원 30여 명으로 이뤄진 전문인력을 확충해 지속적 관리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대덕=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