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사이언스]우왕좌왕 우주야그/피닉스 루머

  • 입력 2008년 8월 30일 11시 44분


화성에서 ‘스노우 화이트’란 별명이 붙은 구덩이. 탐사선 피닉스는 이 구덩이에서 퍼 올린 토양 샘플에서 과염소산염을 발견했다. 사진제공 NASA
화성에서 ‘스노우 화이트’란 별명이 붙은 구덩이. 탐사선 피닉스는 이 구덩이에서 퍼 올린 토양 샘플에서 과염소산염을 발견했다. 사진제공 NASA
마릴린 먼로, 프리메이슨, 버뮤다삼각해역, 로스웰 UFO 추락사건, 달의 비밀기지, 그리고 화성의 인면상(人面像)….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음모론의 주인공이란 것. 최근 또 하나의 음모론이 소리 소문 없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화성 생명체를 발견해놓고 발표를 막고 있다!”

NASA가 7월 31일 탐사로봇 ‘피닉스’가 화성에서 진짜 물을 발견했다(사실 그 전까지는 물의 존재를 추정하는 관측결과였고 이번에 토양을 분석해 진짜 물 성분을 발견해 ‘맛’을 봤다. 물론 액체상태의 물이 아니라 물 얼음이다)고 기자회견 자리에서 피닉스 팀 중 일부를 제외시켰는데,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 NASA가 화성 생명체를 발견해놓고 이를 숨기고 있다는 루머가 돌았다.

재빨리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NASA는 8월 5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피닉스 발견성과를 일부 더 공개했다. 화성 토양에서 물 말고도, 이름도 생소한 물질인 과염소산염을 발견했다고. 과염소산염은 염소원자 하나, 산소원자 네 개로 구성된 화합물인데, 유기분자를 깨뜨릴 수 있는 산화제다.

피닉스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미국 애리조나대 피터 스미스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 물질이 화성 생명체의 존재에 긍정적 영향도, 부정적인 영향도 미치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미래의 에너지원”이라고 밝혔다. 피닉스 팀은 종종 화성과 비교되는 칠레 아타카마사막에서도 과염소산염이 발견된다는 데 주목했다. 심지어 아타카마사막에는 이 물질이 공급하는 에너지로 살아갈 수 있는 미생물이 살고 있다.

과염소산염의 존재는 피닉스에 장착된 한 장치(MECA)로 옮겨진 화성 토양의 두 샘플에서 확인됐다. 하지만 또 다른 장치(TEGA)에 들어간 토양 샘플(물 얼음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던 샘플)에서는 과염소산염이 발견되지 않았다. 피닉스가 좀 더 실험해 알아볼 필요가 있는 셈이다.

피닉스가 화성 북반구에서 과염소산염을 발견했다면, 이것이 어떻게 생기는지 화성대기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지구에서 과염소산염은 태양빛이 에어로졸이나 먼지와 반응해 대기에서 만들어진다.

흥미롭게도 일부 연구그룹에서는 피닉스의 오염설을 제기했다. 피닉스가 몸을 실었던 로켓 ‘델타Ⅱ’의 연료성분인 과염소산염에 오염됐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이다. 탐사선이 화성을 오염시키고 그걸 확인한 셈이라면 참 어의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피터 스미스는 이런 오염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1890년대 말부터 ‘대운하’를 파는 화성인을 기대했던 인류에게 화성 생명체는 큰 관심의 대상이다. 그렇지만 현대의 탐사선이 화성 생명체를 발견했다는 루머는 신중하게 확인해야 한다. NASA 과학자들이 피닉스의 발견성과를 조심스럽게 분석한 뒤 발표하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성급한 발표나 괜한 추측은 귀가 솔깃한 소문만 무성하게 할 뿐이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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