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은 농업유전자원센터를 ‘국제안전중복보존소’로 지정하는 양해각서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작물다양성재단과 체결했다고 2일 밝혔다.
세계작물다양성재단은 전쟁이나 천재지변에 대비해 노르웨이 스발바르 섬에 세계적으로 중요한 종자를 모아 보존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스발바르 섬이 ‘유전자판 첫 번째 노아의 방주’라면 한국의 농업유전자원센터는 ‘제2의 방주’가 되는 셈.
2006년 말 경기 수원시에 문을 연 농업유전자원센터는 종자 50만 점을 100년간 보관할 수 있는 첨단 종자보존시설이다. 동식물 조직을 영하 196도에서 보관할 수 있는 초저온 저장고와 로봇 입출력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리히터 규모 5.0의 지진도 견딜 수 있다.
보유하고 있는 유전자원은 식물 종자 18만 점, 미생물 2만 점 등 총 25만여 점. 이는 미국 중국 인도 등에 이어 세계 6위 규모다. 가축과 곤충도 체세포 등의 형태로 보존하고 있다.
특히 스발바르 섬의 유전자원은 보관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꺼내 쓰기 어려운 데 비해 농업유전자원센터가 보관하고 있는 종자는 품종 개량 등의 연구를 위해 꺼내 쓰기 쉽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농진청 측은 설명했다.
또 농진청은 앞으로 FAO 산하 연구기관과 동남아, 중남미, 중앙아시아, 동유럽 국가들의 유전자원을 받아 보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대만의 채소 종자와 미얀마의 벼 종자 등이 올해 안에 들어올 예정이다.
김태산 농진청 유전자원과장은 “한 나라 종자산업의 성패는 다양한 유전자원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다른 나라의 유전자원을 우회적으로 확보하는 기틀이 마련된 만큼 이를 잘 활용하면 신품종 개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