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 디자인 경쟁 뜨겁다

  • 입력 2008년 9월 5일 03시 00분


《항공산업 디자인의 100년을 조망하는 이색 전시회가 국내에선 처음으로 11월 9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에어월드, 하늘 위 디자인의 모든 것’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항공산업 태동기인 190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항공기술과 디자인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고 있다. 비행기 동체부터 인테리어와 식기, 공항 건물, 항공사 로고는 기술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때로 영향을 받으며 변모해 왔다.》

○ 무게 및 공포감과의 싸움

항공기 디자인은 시작부터가 무게와의 전쟁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인 1920년대 시작된 상업 항공기는 대부분 전쟁 후 남겨진 10∼20인승 군용기. 당시를 대표하는 기종인 독일 ‘융커스’와 포드사가 만든 자동차 엔진을 단 ‘트라이모터’는 연료를 조금이라도 더 싣기 위해 가벼운 금속 재질로 만들어졌다.

초기 민간 항공기 좌석은 등나무나 가죽, 헝겊으로 만든 가구 같았다. 무게가 가벼워 연료를 더 실을 수 있는 측면 외에도 ‘비행공포’를 줄이는 심리적 효과를 주기 위한 배려였다. 초기 항공기 내부는 집 안에 있는 듯한 안락한 느낌을 주기 위해 지금처럼 곡선이 아닌 직선을 이뤘다.

무게와의 싸움은 기내식기 디자인에도 똑같이 적용됐다. 상업 항공이 시작된 1930년대에도 승객들은 기내식을 먹을 수 있었다. 초창기 승객들은 집에서 사용하는 도자기나 스테인리스 그릇을 그대로 사용했다. 1940년대부터 멜라민 수지로 만든 식기가 도입돼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멜라민은 변형이 쉽고 색을 넣을 수 있어 항공사마다 개성 있는 기내식기를 내놓을 수 있었다. 최근에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루란(Luran)’이 주목받는 기내식기 재료로 떠올랐다.

탑승객 555명인 A380이 등장하는 등 항공기는 점점 대형화되는 가운데 가벼운 소재를 찾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 항공 수요 폭발시킨 디자인의 힘

대형 공항의 출현은 항공산업의 규모를 폭발적으로 확장시켰다. 1939년 나치 독일은 베를린에 세계 최대 규모의 템펠호프 공항을 건설했다. 철제와 콘크리트로 지은 이 공항은 건물 길이만 100m, 부대시설을 합치면 1200m에 이른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대형 공항의 건설이 이어졌다. 지금도 그렇듯이 초기에도 공항 건축은 유명한 건축가들에게 맡겨졌다. 1956년 핀란드 출신 건축가인 에로 사리넨은 미국 뉴욕 케네디 공항의 TWA 터미널과 워싱턴 덜레스 공항을 설계했다. 비행기의 곡선을 형상화한 TWA 터미널은 항공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당시 건축가들이 공항 이용객이 연간 수천만 명 단위로 급증할지 예상하지 못했던 탓에 초창기 공항들은 현재 대부분 문을 닫았다. 최근에는 넓은 공항 곳곳으로 탑승객을 실어 나르는 모노레일, 자동이송장치 같은 첨단 무인 여객 운송 기술이 공항 건축의 면모를 바꾸고 있다.

○ 디자인으로 기술력 뽐내는 항공사 로고

이번 전시회에서는 항공사의 개성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로고와 유니폼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특히 항공사 로고는 기술력과 서비스의 자신감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독일 루프트한자를 비롯해 일본항공(JAL) 등 초창기 항공사들은 날개나 새 모양의 로고를 채택했다. 이를 통해 ‘비행’이라는 낯선 경험을 간접적으로 호소하는 것. 이어 화살표나 직선을 로고에 사용하는 항공사도 생겼다. 화살표는 초음속 비행, 제트 비행 시대의 ‘빠르다’는 의미를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대륙 간 무착륙 비행이 가능한 대형 항공기들이 등장하면서 미국의 팬암사처럼 전 세계를 누빈다는 의미의 지구 모양이 로고로 채택되는 경우도 생겨났다. (도움말=지상현 대림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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