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대중적 이미지 변신은 전문가용 기기 시판만으로는 어렵다. 일반 소비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기종 중에 어떤 전문가급 제품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캐논이 최근 내놓은 '빅시아(VIXIA) HF10' 캠코더는 캐논 이미지 변신의 막대한 책임을 짊어진 '플래그쉽' 모델이라 할 만 하다.
인터넷 최저가 120만 원대의 이 제품은 한마디로 '지상파 방송이 가능한 휴대용 캠코더'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게 380g. 남자 선수들이 쓰던 구형 테니스라켓 정도의 무게로 들고 찍는데 불편이 없다. 크기와 손에 쥐었을 때 느낌, 즉 그립감은 355ml짜리 맥주캔과 비슷하다.
무게가 가벼운데다 한 손으로 감아 잡고 촬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흔들림이 심할 수밖에 없다. 흔들림 보정 기능이 있기 때문에 심한 떨림은 어느 정도 감소되지만 역시나 HF10은 차분하기 보다는 현장감 있는 영상 촬영에 알맞아 보인다.
풀HD 모드로 촬영했을 경우 대형 LCD TV에 연결해 재생해도 선명한 화질을 감상할 수 있다.
제품과 함께 제작된 편집 소프트웨어는 사용법이 쉬워 웬만한 기능은 매뉴얼을 보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다.
보조마이크로 녹음되는 음성과 음향의 볼륨을 높이고 편집 프로그램에서 동영상을 적당히 잘라 붙이며 배경음악까지 더하면 나만의 HD화질의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다.
캠코더로 동영상을 찍을 때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부팅 시간이다. 당장 눈앞에서 평소 안 웃던 자녀가 웃고 있는데 캠코더가 켜진 뒤에 웃음을 멈춘다면 제품의 값어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스톱워치로 측정한 결과 전원이 꺼져 있던 HF10이 촬영 준비가 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0.9~1초.
줌 속도 또한 전문가급 캠코더 수준. 광학 12배 까지 화면을 확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1.4초가 걸리며 디지털 20배 줌까지 도달하는 데는 3초 후반대면 충분하다.
순발력 있는 '스탠드바이'와 원하는 크기로 민첩하게 촬영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촬영 시작, 정지 버튼, 줌 인, 줌 아웃 레버, 동영상 촬영, 재생, 정지영상 촬영 재생 등의 버튼은 모두 오른손 엄지와 검지만으로 조작하게 돼 있다.
풀HD 모드에 놓고 1~3분 단위로 전원을 켰다 끄며 사용해본 결과 한번 충전으로 촬영이 가능한 시간은 약 30여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속 촬영 시간은 이보다 길 것으로 예상되나 여분의 배터리를 추가로 구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캠코더가 모든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로 미니홈피 등에 UCC를 올리는 용도로 캠코더를 찾는 소비자라면 풀HD급 캠코더 보다는 일반 화질로 촬영이 가능하고 WMV 등 인터넷에서 즉시 이용 가능한 파일로 영상물이 저장되는 서브 급의 캠코더를 추천한다.
HF10에는 16GB의 메모리가 내장돼 있으며 외장형 SD/SDHC 메모리카드도 사용할 수 있는 슬롯이 있다. 16GB짜리 외장형 SDHC 메모리 카드를 사용할 경우 총 32GB 분량의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HF10으로 촬영한 영상을 편집할 때는 최소 메모리 1GB 이상의 컴퓨터가 있어야 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2GB급 프로세서, 2GB 이상의 메모리를 갖춘 최신 컴퓨터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나 이 보다 사양이 낮은 구형 컴퓨터에서는 촬영한 영상을 재생할 때 수시로 끊김이 발생하거나 영상 편집과 저장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캐논 HF10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라면, PC를 교체하지 않고도 과연 HF10을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을지 자신의 PC도 한번 눈여겨봐야 한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