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지팡이를 버렸어요.” 김모(69·여·전북 남원시) 씨는 동네 노인 15명과 함께 일주일에 세 번씩 마을 공터에서 운동을 한다. 운동지도사의 구령에 맞춰 팔목과 발목에 작은 모래주머니를 차고 30, 40분 맨손체조를 한다. 김 씨는 오랜 농사일에 무릎관절이 아파 운동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쉴 때는 집에서 누워 있거나 TV를 보며 지냈다. 그러나 1년 전 운동을 시작한 후 온몸이 쑤시던 증상이 줄고 걷기도 수월해졌다.》
“몸 불편해서” 75세 이상 25%만 규칙적 운동
근력강화 운동 한 10명중 4.6명 ‘허약’ 탈출
몸 안쓸수록 쉽게 노화… 노인 운동법 익혀야
‘노인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보건복지가족부의 홍경수 건강증진사업지원단 사업지원팀장은 “처음에는 ‘아프니까 만지지 말라’며 강사의 지도를 거부하던 어르신들이 일단 운동에 재미가 붙으면 앞쪽에 나와 리드를 하신다”고 말했다.
▽10∼30분 운동으로 허약 노인 탈출=노화로 인한 체력 저하는 완전히 예방할 수 없지만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주면 체력이 감소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김병철(70·서울 마포구 서교동) 씨는 가끔 친구들을 만나러 외출하는 것을 빼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소일한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지만 섣불리 운동을 하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완전히 ‘드러눕게’ 될까봐 걱정돼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노인이 하루 10∼30분만 운동해도 신체상태가 크게 개선된다”고 강조한다.
한국보건교육·건강증진학회의 ‘근력강화운동을 통한 허약 노인의 신체적 기능 및 삶의 질 향상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60∼96세 허약 노인 401명이 체력강화 운동을 했더니 10명 중 3.2명이 신체기능이 향상됐다.
특히 연령대가 젊은 전기고령자(60∼74세)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46.6%(68명)가 허약 상태에서 벗어났다.
운동을 하면 삶의 질도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 후 사회활동이 얼마나 활발해졌는지, 정신적 만족감은 얼마나 커졌는지 측정해 보니 17.26%가 높아졌다.
▽운동 부족과 통증의 악순환=운동의 효과는 확실하지만 노인들은 운동을 잘 하지 않는다.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비율은 25.3%에 불과하다. ‘몸이 불편해서’(72%)라는 이유가 가장 많고 ‘좋아하지 않아서’ ‘필요성을 못 느껴서’ ‘시간이 없어서’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활동량을 줄이면 노화는 더 촉진된다. 노인이 되면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져 근육으로 가는 산소와 혈액이 줄어든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산소와 혈액은 더욱 줄어들어 근육 내 찌꺼기가 빨리 제거되지 않아 온몸이 아프고 쑤신다. 몸이 아파 운동을 하지 않으면 더욱 아픈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
박원하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교수는 “노인들이 ‘다리에 힘이 없어 운동을 못하겠다’고 하지만 사실 노인체력 약화의 주요 원인은 다리근육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무리한 운동은 금물=대다수 노인은 자신에게 적합한 운동법을 알지 못한다.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이창남(79·여·서울 강남구 수서동) 씨는 지역 보건소가 실시하는 노인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물리치료사가 방문해 이 씨에게 적합한 운동 동작을 가르쳐준다.
이 씨가 하는 운동은 ‘건강백세 하나, 둘, 셋 운동’으로 미국질병관리본부(CDC)가 개발한 ‘고령자를 위한 근력강화훈련’을 우리 실정에 맞게 고친 것이다.
이 운동은 준비운동 본운동 정리운동으로 구성돼 있으며 의자에 앉거나 의자를 이용해 할 수 있다. 운동을 하는 데 30∼40분 걸린다.
전문가들은 “한국 노인은 좌식 생활습관과 채식 위주의 식습관 등으로 인해 근력 유연성 균형감각이 특히 떨어지기 때문에 운동은 이런 기능을 보충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준비운동에서 기지개 펴듯 팔다리를 쭉 펴 근육을 풀어준다. 본운동은 팔을 앞과 옆으로 들어올리는 운동, 의자에서 일어나는 운동, 다리를 옆으로 들어올리는 운동 등으로 이뤄진다. 팔다리와 목 스트레칭을 해주며 마무리한다. 팔목과 발목에 무게 1, 2kg의 모래주머니를 차고 하면 효과가 더 좋다.
노인 가정을 방문해 운동을 지도하는 박영미 물리치료사는 “노인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금 몸 상태가 어떤지, 왜 이 운동을 해야 하는지, 운동을 하면 어디가 어떻게 좋아지는지 상세하게 설명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선우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인보건요양정책팀장은 “노인이 운동을 할 때는 몸 상태를 봐가며 하는 것이 좋다”며 “힘들거나 운동 중 관절에 통증이 오면 멈추거나 통증이 오지 않는 범위에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보건소-경로당 등서 무료 운영
추석에 기력이 많이 약해진 부모님을 뵙고 가슴이 아프다면 노인운동 프로그램을 권해보는 것은 어떨까.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전국 120여개 보건소를 통한 무료 ‘노인건강증진 프로그램’이다.
보건소는 노인이 사는 집을 직접 방문하거나 노인들을 모아 놓고 운동법을 가르쳐준다. 이 프로그램의 주요 대상자는 기초생활수급권자나 건강보험 하위 20% 등 취약 계층이지만 굳이 여기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희망하면 참가할 수 있다.
운동은 몸 상태에 따라 1∼3군으로 나뉘어 실시된다. 1군은 의료기관을 찾기 힘들 정도로 건강이 나쁜 노인에게 2주에 한 번 간호사나 물리치료사가 방문해 운동법과 영양관리법을 가르쳐 준다.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2군 노인과 혼자서 건강관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몸 상태가 괜찮은 3군 노인은 노인회관, 경로당 등에 모여 운동을 한다.
비교적 건강한 노인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경로당에서 시행하는 ‘노인 기체조’ ‘생활 댄스’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전문 강사가 일주일에 세 번, 1시간 동안 체조를 가르쳐준다.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로당에 대한 정보는 국민건강보험공단(1577-1000)으로 문의하면 된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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