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가을, 우울증이 온다

  • 입력 2008년 9월 17일 03시 02분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글루미(gloomy)’하고 ‘멜랑콜리(melancholy)’한 음악을 틀어주는 카페에 혼자 앉아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시고 싶다. 씁쓸한 커피 맛이 내 기분을 말해주는 것 같다. 비가 내리는 창문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나는 감수성이 뛰어난 가을 남자(여자)야….’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영화 ‘다크나이트’ 속 조커 역의 히스 레저가 생각난다. 그는 우울증을 앓다가 자살했다.

‘혹시 초기 우울증 아닐까….’

누구나 가끔 우울하고 울적하다. 보통 이런 기분은 심하지 않고 저절로 없어지거나 기분전환으로 없앨 수 있다.

그러나 울적하고 만사가 귀찮고 의욕이 없는 상태가 몇 주, 몇 달, 몇 년간 지속되기도 한다. 이런 때는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우울증은 사회에서 예측되는 수준 이상의 우울한 기분이 일정기간 이상 지속돼 개인의 사회적·직업적 기능에 부정적 양향을 미치는 정신질환이다.

우울증은 △유전적 요인 △뇌 신경전달물질 체계의 이상 △생활 속 스트레스 △대인관계 문제 △사물을 보는 부정적 시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물학적, 유전적, 환경적, 심리적 요인이 모두 작용하는 것이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아침에 눈을 뜨면 ‘또 긴 하루가 시작됐다’는 생각이 든다. 졸리지도 않은데 기력이 없고, 자신이 무능력하고 열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이 실패하면 모두 자기 책임으로 돌려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아무런 희망이 없다’는 생각에 자살까지 생각하게 된다(우울증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주요 우울증’은 가장 대표적인 형태의 우울증이다. 심한 경우 망상, 환각 등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나며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다.

‘기분부전증(만성우울증)’은 2년 이상 우울증이 지속되는 것이다.

‘조울증’은 기분이 들뜨는 조증 상태와 기분이 가라앉고 자신감이 없는 우울증 상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이 밖에 월경 전 발생하는 우울증, 산후 발생하는 우울증, 갱년기 우울증, 계절성 우울장애 등이 있다.

간혹 암, 갑상샘기능저하증 등 신체질환으로 인해 우울증이 생기거나 약물이 우울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주로 남성은 사회경제적 위치 상실에 따른 자존감 상실이, 여성은 기존에 부여된 역할 상실에 따른 공허함이 우울증을 야기한다.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성격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의존적이고 강박적인 성격, 반사회적이거나 성격스트레스에 대처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누구나 우울증에 걸릴 수 있으며 성인 10명중 1명은 일생에 한 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우울증 등 기분장애환자는 2001년 43만1507명에서 2006년 63만8115명으로 47.6% 증가했다.

대다수의 우울증 환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 전체 우울증 환자 중 10∼25%만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다.

백종우 경희의료원 정신과 교수팀이 지난해 우울증 환자 1425명을 조사한 결과 우울증 환자의 64.4%는 ‘우울증인지 몰랐다’ 고 답했다.

우울증은 개인은 물론 가족과 사회에 큰 손실을 가져다주는 사회적인 질병이다.

언제 나에게 찾아올지도 모르는 우울증을 미리 예방하고 조기에 치료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