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 in&out]“병원마케팅 왜 이렇게 어렵지요?”

  • 입력 2008년 9월 26일 15시 17분


“시장 상황이 너무 급변하다보니 정말 난감하네요.”

함께 일하다가 따로 독립해 나갔던 한 후배가 최근 찾아왔습니다. 항상 활기찬 친구인데 어깨는 처지고 표정이 밝지 않았습니다. 워낙 영리하고 무엇이든 빨리 배우는 친구인데다 독립하고 곧 바로 잘 나가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바 있어 그의 예고 없는 방문은 다소 의외로 다가왔습니다. 궁금증은 그의 입을 통해 절로 풀렸지요.

“병원마케팅,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습니다. 올 초만 해도 효과와 반응이 모두 좋았던 상품이 이제는 전혀 먹히지 않습니다. 고객들도 확연히 느끼다보니 불만이 많아지고 계속 이탈하고요.”

요즘 병원들이 모두 힘들기 때문일 거라고 위로를 해주었습니다만 후배는 확실히 어떤 한계를 느낀 듯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정리하면 이런 얘기였습니다. 후배는 ‘바이럴 마케팅’을 주력상품으로 독립했습니다. 초기에는 포털의 블로그와 카페, 지식검색을 주요 창구로 입소문을 만들고 바이러스처럼 퍼트리는 방식이 나름의 효과를 인정받으면서 활발한 영업을 해나갔지요. 당시 유행이기도 했고 너도 나도 주목하는 분야였기에 전망은 밝아보였습니다.

그러다가 몇 달 안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일차적으로는 경제여건이 나빠지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의 수가 절대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와 동시에 ‘바이럴 마케팅’에 뛰어든 병원들이 늘어나면서 병원의 잠재고객들은 바이럴 마케팅의 홍수에 직면하게 된 것이지요. 바이럴 마케팅은 희소성을 생명으로 하는 법인데 희소성 감소는 바이럴 마케팅의 효과를 반감시켰습니다. 거기에다 엎친 데 덮친 형국으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본래 모 포털을 중심으로 국내 주요 포털은 상업적인 게시 글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었습니다. 자가발전 형식의 블로그나 카페의 게시글에 대해서는 검색 차단이라는 족쇄가 걸렸고 이는 지식검색에서도 마찬가지였지요. 또한 카페 등도 작업성 멘트를 날리는 이용자를 블랙리스트로 지정, 퇴출시키는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포털이나 카페의 제재가 아니라 독자와 잠재 고객의 반응입니다. 독자들이 상업적인 글의 미묘한 차이를 감지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이는 강력한 자정작용이 될 수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냄새가 나면 바로 등을 돌려버리는 독자들에게 어설픈 접근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게 되는 것이지요. 결국 정답은 진실함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독립할 때 대표님께서 격려해주시면서도 딱 한마디 충고를 하셨는데요. 요 며칠 동안 그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신뢰만을 모으라!’였지요. 그땐 왜 잔소리처럼 들렸을까요. 눈앞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후배와 헤어지면서 몇 가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영리하고 열정이 넘치는 친구이니 어려움을 극복하고 잘 해나갈 것입니다. 다만 마음이 그리 편치는 않았습니다. 생명을 다루는 병원처럼 신뢰가 중요한 곳이 있을까요? 입으론 신뢰를 앞세우면서 뒤로는 신뢰할 수 없는 방식으로 마케팅 하는 업체가 여전히 많고 거기에 혹하는 병원도 많습니다.

어찌 그 후배뿐이겠습니까? 살다보면 어렵고 힘든 길보다 쉽고 간단한 길을 택하고 싶은 유혹에 휘둘리는 것은 인지상정이겠지요. 하지만 당장은 그럴싸해 보이더라도 기반이 약하면 언젠가는 탈이 나는 법입니다. 멀리 볼수록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그것만이 정답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쌓는 방법 역시 누가 보더라도 믿음이 가는 방법이어야겠지요. 예고 없이 찾아온 후배, 저 스스로 다시금 돌아보는 기회를 주었네요.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김태진 이노메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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