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런 콧물 흘리면 비염 ‘빨간불’

  • 입력 2008년 10월 6일 02시 56분


《요즘 같은 환절기에 감기나 알레르기 비염에 걸려 콧물을 훌쩍거리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흘러내리는 콧물을 계속 닦다 보면 코가 지저분해지고 빨개진다.

콧물은 콧속으로 들어오는 공기 중에 섞여있는 각종 유해물질을 걸러내서 기관지나 폐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준다. 》

■ 환절기 콧물의 건강학

김용복 한림대 의대 한강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만약 콧물이 제대로 흐르지 않아 콧속이 건조한 상태가 되면 감기, 독감, 폐렴 등 각종 호흡기 질환에 걸리기 쉽다”면서 “콧물에 대하여 잘 알고 대처하면 콧속이 헐거나 염증으로 인한 비염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기 중 유해물질 많을수록 분비물 증가

몸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유지하기 위해 피부에서 땀이 흐르는 것처럼 콧속의 동굴처럼 생긴 부비동과 비강 점막에서 콧물이 만들어진다.

코 점막에는 섬모라고 하는 작은 솜털이 있는데 이 섬모의 뿌리 부근에 분비 기능을 갖춘 샘이 있고 이곳에서 점액이 나온다.

콧물은 섬모의 상층부에 마치 담요를 덮어 놓은 모양을 하면서 콧속으로 들어온 이물질을 달라붙게 해서 기도로 침투하는 것을 막는다.

콧물이 많아지는 것은 외부의 자극이나 침입 물질에 대해 코가 방어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흡입된 공기 중 유해물질이 많을수록 분비물의 양이 증가한다.

○코는 천천히 풀어야 감염 위험 적어

우리 몸에서 콧물의 분비를 담당하는 곳은 자율신경이다.

자율신경은 우리 마음대로 조절되는 신경이 아니다. 자율신경은 교감, 부교감 신경이 있으며 대개 동시에 분포하고 있다. 긴장하거나 흥분해서 교감 신경이 자극되면 콧물의 양이 감소하고, 휴식과 이완으로 부교감 신경이 자극되면 콧물의 양이 증가한다.

콧물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이나 기타 자극에 의해 증가한다. 바이러스나 세균의 감염에 의해 국소적인 염증 반응을 일으키면 점막이 손상돼 분비물이 증가한다.

반면 분비물이 감소해 콧속이 건조해져도 문제다. 이물질이 증가하고 점막이 갈라져 코피가 나거나 콧속에 상처가 난 것처럼 쓰라리기도 한다. 급성 염증의 초기나 만성 퇴행성 질환인 당뇨병, 신장염, 동맥경화증 등에서 나타난다.

콧물은 단순히 물이 아니라 그 내용물을 보면 각종 조직액이 포함되어 있다. 그중에는 각종 염증 세포와 염증의 매개체들이 있는데 이런 매개체가 점막으로 유출되면 가려움증을 동반한 염증을 일으킨다.

따라서 코는 가볍게 천천히 푸는 것이 좋다. 반복적으로 코 주변의 피부를 자극하면 조직액의 염증 매개체에 의해 피부가 헐거나 감염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코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잦은 콧물로 코가 헐었을 때는 따뜻한 물로 세척한 후 부드러운 휴지에 물기를 묻혀 닦고 항생연고를 환부에 발라주면 쉽게 치료된다.

비강 건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실내 습도를 50∼55%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가습기를 이용하거나 실내에서 젖은 빨래를 말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콧물상태 보면 신체상태 알 수 있어

콧물의 상태를 보면 콧속의 이상을 예측할 수 있다.

맑은 콧물은 알레르기, 감기 초기, 코 안쪽이 두꺼워져 숨쉬기가 불편한 비후성 비염, 코 중간이 휘어 있는 비중격 만곡증을 의심할 수 있다.

누렇고 진한 콧물은 어느 정도 진행된 비염이나 만성 부비동염이 있을 때 생긴다. 진한 노란색 콧물은 비염, 부비동염 등으로 세균에 감염된 경우가 많다.

만약 콧물에서 악취가 나거나 커다란 코딱지가 동반되면 비강 분무제나 흡입제를 장기간 사용해 비강 점막이 오그라든 위축성 비염을 의심할 수 있다.

어린이의 경우 피가 포함된 분비물이 코 막힘, 악취 등과 함께 나오면 콧속에 이물질이 들어갔을 수 있다. 어른의 경우 악성 종양을 의심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콧물 분비 이상은 급성 비염, 급성 감염성 질환, 당뇨병, 신장염, 동맥경화증 등 만성 퇴행성 질환 때문에 생길 수 있으며 어린이는 기생충 감염으로 인해서 올 수도 있다”며 “콧물과 함께 발열, 기침, 가래, 근육통, 두통 등 전신적인 증상이 있을 때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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