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병원의 동상이몽 해법은?

  • 입력 2008년 10월 15일 17시 40분


의료시장 개방과 큰 병원의 전국화, 대형화 등 몸집 불리기 경쟁으로 의원급 병원은 점점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생존을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네트워크 병원이 대세라며 각광을 받고 있다. 2008년 9월 현재 대한네트워크병의원협회에 등록된 브랜드는 48개.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병원까지 합하면 개별 병원 기준으로 1000여 개에 이른단다.

이처럼 네트워크 병원이 인기 끌고 있는 까닭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병원은 정보는 물론 인력 수급과 비용 절감 차원에서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가령 의료 기기 등을 공동으로 구매해 단가를 낮춘다거나 공동 홍보를 통해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 병원의 직접적인 진료 행위 외에 병원 경영 전반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인 병원경영지원회사(MSO: Manage ment Service Organization)의 활성화도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선 네트워크 병원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네트워크 병원을 몸소 경험해본 원장들의 입에서 터져 나온 것이어서 가벼이 취급할 수 없다. 개원가의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네트워크 병원. 한데 그 안에는 무슨 속사정이 있기에 이다지도 끊임없이 불평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투자 대비 효과가 적기 때문이다. 사실 네트워크에 가입하거나 네트워크를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가입비를 내거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적게는 10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까지 부담해야 하고 가입비 외에도 매달 수익의 10~15% 정도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정설. 그러나 브랜드 파워에 힘입어 일정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으며 인력, 교육, 마케팅 등 본사에서 모두 해결해 줄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실제 얻게 되는 체감 이익은 ‘속빈 강정’이라는 것이 문제의 초점이다. 본사의 지원은 개원 초 반짝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이내 시들해 진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또 병원마다 다르긴 하지만 공동 마케팅의 효과가 대표병원과 중점 병원에 집중돼 그 외의 병원들은 특별한 메리트를 갖지 못한다는 볼 멘 소리도 나온다. 마케팅의 실질적인 효과도 일부 실력 있는 원장이나 입지 조건이 좋은 가맹점만 누리게 된다는 설명. 같은 네트워크에 가입해 있더라도 의사의 시술 능력과 고객 관리 능력에 따라 브랜드 덕을 톡톡히 보는 가맹점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가맹점도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공통적으로 전문가들은 네트워크 병원은 여러 사람이 합심해야 하는 만큼 기본적으로 크고 작은 불만과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한다. 따라서 기존의 문제점들을 완벽히 보완한 새로운 운영방식이 나온다 해도 병의원의 개별적인 자생노력과 의사 스스로 실력을 쌓는 일이 선행되지 않으면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충고한다.

네트워크 병원 경영컨설팅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이노메디의 김태진 대표는 네트워크 병원의 살길을 묻는 질문에 목표를 향한 윈윈 시너지와 내부 커뮤니케이션, 두 가지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서로 상대방에게 의존하는 방식이나 정반대로 각자 알아서 하는 방식으로는 네트워크 병원의 존재이유가 없다”며, “MSO의 입장에서는 공동의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여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내고 개별 병원에서는 끊임없는 연구와 신기술 공유로 전체의 역량과 전문성을 높이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모든 문제를 풀어내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여 어려운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풀어가고 결국 구성원 모두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시스템을 장착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네트워크 병원, 이제는 양적 확대에서 질적인 변화를 이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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