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못 일어나는 아이,지금 필요한 건 뭐?

  • 입력 2008년 10월 16일 10시 41분


- 기력 없고 입맛 잃고 잔병치레 잦다면 이상 신호

- 보약(補藥)은 아이 체질과 건강 상태에 따라 1:1 맞춤 처방해야

“가을 학기 되고나서 아이가 아침마다 일어나기 힘들어 해요.”

“날씨가 쌀쌀해졌다 싶으니 바로 감기에 걸렸어요. 입맛도 없는 것 같아요.”

“조금만 운동량이 많았다 싶으면 유독 힘들어해요. 며칠 전에는 코피도 흘렸어요.”

한의원을 찾는 부모 중에 열에 예닐곱은 아이가 허약하다고 말한다. 겉보기에도 또래보다 키나 몸무게가 부족한 데다, 잔병치레도 잦고, 입맛까지 잃었다며 하소연한다. 대개의 결론은 ‘보약(補藥) 한 제’ 짓고 싶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가을로 들어선 지금, 어른도 그러하지만 폭염의 여름을 보낸 끝물에는 아이의 체력이나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다. 무더위 속에서 땀을 많이 흘려 진액을 소진한 데다 여름내 냉방기의 찬바람과 아이스크림, 음료 등 찬 음식 섭취로 몸속의 기운이 서늘해진 상태. 여기에 바깥 찬 기운까지 더해지고 영양 섭취까지 불균형해지면 아이는 감기나 비염, 장염 같은 각종 잔병치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오장육부(五臟六腑) 허실 따져 1:1 맞춤 처방해야

단순히 아이의 어깨가 축 늘어지고 짜증을 많이 낸다고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김기훈 서초 함소아한의원 원장은 “아이가 일찍 잠들었는데도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고, 큰 외부활동 없이 집에서 가벼운 활동만 하는데도 유독 땀을 많이 흘리거나, 잠을 잘 때 베개가 젖을 만큼 땀을 많이 흘리고, 아이가 평소와 달리 밥을 잘 안 먹어 1주 사이 체중이 1kg 이상 줄어들고, 감기가 오래 가고 비염 증상이 심해지는 등 잔병치레를 하게 된다면 아이 기력 회복에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우리가 흔히 허약하다고 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비(脾)계 즉 소화기가 약하거나 폐(肺)계 즉 호흡기가 약한 경우가 많다고. 소화기기 약한 아이들은 식욕이 없고 편식이 심하며 음식을 먹어도 구토가 잦은 편이다. 체하기도 잘하고 감기에 걸리면 설사, 복통이 함께 나타난다. 호흡기가 약한 아이들은 찬바람만 불면 코가 막히거나 기침을 하고 중이염, 폐렴 등으로 잘 진행되는 편이다. 이외에도 간이 허약한 아이들은 조금만 활동해도 쉽게 지치고 자주 어지러움을 느끼며 잘 넘어지는 편이다. 특정 계절을 심하게 타기도 한다. 심장과 순환기가 허약한 아이들은 잘 놀라거나 밤잠을 편히 이루지 못하고 작은 소리에도 금방 깬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1년에 5~8회 정도는 감기에 걸린다. 이보다 더 자주 감기를 달고 살고 감기 증상이 2주일 이상 오래가는 아이라면 폐와 호흡기가 약하지 않은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김기훈 서초 함소아한의원 원장은 “한방에서는 오장육부 중 특정 장기의 기능이 허약하거나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대한 저항 능력이 약해져 있고, 전신의 균형이 깨져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경우 보약을 처방한다.”며, “한의사에 의해, 안전한 약재로, 아이에게 1:1 맞춤 처방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호흡기 건강부터 챙겨야 몸의 전반적인 기운 좋아져

밥을 잘 안 먹는 아이라면 위장의 활동을 활발하게 해주는 산약, 백출 등을 넣어 1~2개월간 비위를 보강하는 치료를 하여 식사량과 영양흡수율을 좋게 해 기력을 되찾게 한다.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의 경우엔 호흡기를 튼튼히 하여 감기를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오미자, 구기자, 인삼 등의 약재를 넣은 한약을 1~2개월 정도 복용해서 몸의 면역력 자체를 높여준다. 이처럼 아이 상태에 따라 보약에 넣는 약재가 처방되지만, 기본적으로 호흡기가 약해지기 쉬운 가을 보약은 폐를 보하는 효능을 더한다. 폐가 소화기로부터 영양분을 충분히 받아들여야만 몸 전체로 보내줄 기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 보약을 먹이는 데 정해진 나이는 없다. 걸음마를 시작하고 언어발달이 두드러지는 등 활동량이 급격히 많아지는 첫돌 이후라면 아기 진료 후 건강 상태에 따라 가능하다.

평소 생활 관리도 중요하다. 아이의 기력이 떨어졌다고 해서 잠을 계속 재우고 따뜻한 방 안에서만 놀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기훈 원장은 “다가올 겨울동안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저장하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유지하면서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아이의 쇠해진 기력이 유독 걱정된다면 햇볕이 따뜻할 때 바깥에서 아이와 가볍게 산책이라도 하는 게 좋다. 단, 기력이 떨어졌다는 것은 면역력이 약해진 것이므로 감염 위험이 높을 때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아이를 데리고 놀러가는 것은 삼간다. 충분한 수면은 아이의 신체 리듬을 원활하게 해 성장발달에도 도움을 준다. 따라서 규칙적이고 올바른 수면 습관과 식습관을 갖도록 돌봐주는 게 필요하다. 제철 음식을 잘 먹이는 것도 효과적인데, 제철 과일인 배나 귤, 그리고 은행, 도라지, 무 등은 가을철 호흡기 건강에 좋은 식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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