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1∼2100년 한반도의 기온은 과거 30년(1971∼2000년)에 비해 섭씨 4도 상승한다.
국립기상연구소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개발한 기후모델에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해 예측한 결과다.
10일 인천 서구 경서동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열린 개관 1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에서는 한반도가 점점 따뜻해져 고산식물이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에델바이스-돌매화 등 서식 고도 매년 높아져
개마고원 최대 피해… 한라-설악산도 ‘직격탄’
○ 북한 고산식물 온난화에 가장 취약
한반도에 사는 약 4500종의 식물 가운데 340여 종은 고산식물로 분류된다. 고산식물은 나무가 자라는 상한선인 교목한계선보다 높은 곳에서 자란다.
경희대 지리학과 공우석 교수팀은 한라산에 사는 고산식물이 기온과 강수, 바람 등 여러 가지 기후요인에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를 계산해 봤다. 그 결과 여름철 최고기온이 낮은 곳에 사는 고산식물일수록 쉽게 기후변화의 희생양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가 솜다리. 키가 약 20cm로 바위틈에서 자라는 이 식물은 에델바이스란 이름으로 더 친숙하다. 국립생물자원관의 자료에 따르면 한라산에 솜다리가 분포하는 고도는 1979년 1800m에서 1996년 1900m로 높아졌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더 시원한 위쪽으로 올라간 것. 그러나 한라산의 높이가 1950m이니 기온이 더 오르면 솜다리는 더는 갈 곳이 없다.
연구팀은 이 같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한반도의 고산식물을 지구온난화에 취약한 정도에 따라 6개 그룹으로 나눴다. 그 결과 가솔송과 월귤, 담자리꽃나무, 백산차 등 북한 고산식물이 온난화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그룹Ⅰ에 속했다.
공 교수는 “한반도의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생태학적으로 가장 피해가 큰 지역은 북한 고산지대일 것”이라며 “북한 과학자들에 따르면 개마고원 부근의 연평균 기온은 지난 100년간 3.1도나 올랐다”고 말했다. 이는 남한(1.5도)보다 2배가량 높은 상승률이다.
그룹Ⅱ에는 한라산의 돌매화나무와 시로미, 눈향나무, 구상나무 등이 포함됐다. 남한 지역에서는 한라산 고산지대가 온난화에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는 얘기다.
○ 기온 상승으로 수분 모자라 성장 쇠퇴
지구온난화로 위기에 처한 식물은 언제든지 복원될 수 있게 씨를 채취해 증식시키고 생태와 분포를 지속적으로 조사해야 멸종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한라산 꼭대기에서 자라는 구상나무가 말라 죽어가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산성비나 곤충, 토양 등 여러 원인이 제기되고 있다. 기후변화도 그중 하나다.
충북대 산림과학부 박원규 교수팀은 수년간 한라산 구상나무의 나이테를 조사했다. 사계절마다 나이테의 폭과 구상나무의 생장 추세를 비교 분석한 결과 특히 겨울과 이른 봄에 기온이 올라갈수록 나이테의 폭이 많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박 교수는 “기온 상승 때문에 식물체와 토양에서 수분이 증발해 성장이 쇠퇴한 것”이라며 “이런 현상은 1970년대부터 꾸준히 진행돼 왔다”고 설명했다.
○ 고산식물 최남단 분포지, 한라산과 설악산
한반도의 고산식물 가운데 약 24%를 차지하는 81종은 한라산에 모여 있다. 약 20%(67종)는 설악산에 분포한다.
한라산과 설악산의 고산식물은 지리학적으로나 생태학적으로 특히 중요하다. 몇몇 고산식물의 전 세계 지리적 분포를 조사한 결과 한라산과 설악산이 지금까지 최남단 서식지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란드 남부와 캐나다 동북부, 스칸디나비아반도 북부 등 북극 주변에 분포하는 돌매화나무의 최남단 서식지는 바로 한라산(해발 1800m 이상)이다. 몽골 북부와 일본 홋카이도 섬, 러시아 캄차카 반도 등 오호츠크 해를 둘러싼 지역에 사는 눈잣나무의 최남단 서식지는 설악산(1650m 이상)이다.
한라산 돌매화나무나 설악산 눈잣나무는 다른 지역의 같은 식물보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더 빨리 받게 된다. 보호의 손길이 절실한 이유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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