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구간 달릴 때도 기운 느낌 별로 없어
“한국형 틸팅열차에 탑승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열차는 곡선 구간을 시속 95km의 속도로 최대 5도 기운 상태에서 운행할 예정입니다.”
16일 충남 논산역을 출발한 틸팅열차의 객실에 차분한 안내방송이 흘러 나왔다.
하지만 열차 운행과 관련한 정보를 분석하는 계측제어차량에서는 다급한 무전이 오갔다.
“탑승이 늦어서 출발이 10분 지연됐음. 도착 시간 맞출 수 있습니까?”
“초반에 속도를 내겠습니다.”
목적지인 서대전역에서 일부 승객이 서울행 KTX를 갈아타려면 정해진 시간에 도착해야 했기 때문이다.
틸팅열차는 곡선구간을 달릴 때 객실을 곡선 안쪽으로 최대 8도까지 기울일 수 있다. 차량이나 승객이 바깥으로 밀리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다.
열차를 기울이면 곡선 구간을 달릴 때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된다. 운행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급히 속도를 줄이거나 올리는 데 따른 에너지 소모도 막을 수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2001년 틸팅열차 개발에 들어가 2006년 시제품을 제작했다. 이날 시험 운행은 올해 국정감사의 일환으로 실시됐다.
출발한 지 10분도 되지 않아 열차는 시속 100∼130km로 달리기 시작했다. 곡선 구간을 달릴 때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안내 방송과 달리 틸팅열차는 한때 시속 131km의 속도로 5.2도 기울어진 채 달렸다.
하지만 열차가 기운 느낌은 별로 없었다. 곡선 구간이 시작되는 순간에만 좌우로 몸이 쏠릴 뿐 그 뒤에는 직선 구간을 달릴 때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열차가 기울었다는 사실은 창밖을 봐야만 알 수 있었다.
이날 최성규 철도연 원장은 “2012년까지 틸팅열차를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