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피트니스]‘청각적 집중력’ 높이려면

  • 입력 2008년 10월 20일 02시 56분


뉴스 듣고 내용 설명하게

토플 등 듣기평가도 효과

비행기를 타면 유독 독서가 잘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비행기 안에 소음이 많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음향학에서는 이를 ‘백색소음’이라고 한다. 소음이 있으면 그 소음보다 작은 소리는 인식하지 못하고 큰 소리만 인식하게 된다. 비행기를 타면 큰 소리의 백색소음 때문에 웬만한 크기의 소리에도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학창시절 너무 조용한 환경보다는 약간의 소음이 있을 때 더 집중이 잘된다는 친구들이 있었다. 이 또한 백색소음의 원리를 학습에 이용한 것이다.

반대 현상도 있다. 귀가 쩡쩡 울리는 콘서트에서 바로 옆 친구가 말하는 내용을 그럭저럭 알아들을 수 있고, 시끄러운 지하철에서 잠깐 졸다가도 내릴 역을 알려주는 방송을 들으면 잠을 깨곤 한다.

이는 소음 속에서도 자신에게 의미 있는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현상이다. 이처럼 인간이 소리를 듣는 과정은 단순히 듣는 수동적인 과정이 아니라 들려오는 소리를 기존의 경험에 비춰 재해석하는 능동적인 과정이다.

진료를 하다 보면 “우리 아이는 공부할 때 밖에서 엄마가 하는 소리를 다 듣고 있어요. 밖에서 조그만 소리만 나도 ‘엄마, 나 불렀어?’ 하며 방에서 자주 나와 공부에 집중하지 못해요”라며 상담하는 부모가 있다. 주로 선택적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다.

원시시대에는 이런 사람이 생존에 더 유리했을지도 모른다. 선택적 집중력이 너무 강한 사람들은 밀림에서 토끼를 잡으려고 집중하느라 뒤쪽의 맹수가 자신을 덮치려는 것을 모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챙기는 사람이 유리하다.

자녀의 청각적 집중력을 높여주기 위해서는 라디오 뉴스를 들려준 뒤 그 내용을 다시 설명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훈련시킬 수 있다. 토플, 토익 등 영어시험의 듣기평가를 연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TV 뉴스를 녹화한 후 화면을 가린 채 음성만 들려주고 TV 영상이 어떻게 나왔을지 그려보게 하면 흥미 있게 청각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프랑스 이비인후과 의사 알프레드 토마티스는 “고주파음과 저주파음을 골고루 인식할 수 있을 때 청각적 인식능력이 커진다”고 했다.

저주파에서 고주파까지 모든 음을 골고루 표현한 모차르트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배지수 소장 정신과 전문의·BFC 학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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