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연주(37·서울 송파구 방이동) 씨는 아들 용준(7) 군이 몇 달째 감기를 앓고 있어 고민이었다. 오줌을 지릴 정도로 기침이 심하고 숨 쉴 때마다 그렁그렁 가래 끓는 소리가 났다. 이 씨는 아들의 증상이 혹시 기관지염이나 폐렴이 아닐까 걱정이 됐다.
이 씨는 아들이 기관지나 폐가 안 좋아 감기를 달고 사는 것 같다는 생각에 보약을 지으러 함소아한의원을 찾았다. 그러나 진단받은 병명은 비염이었다. 비강 검사를 해보니 코 점막이 많이 부어 있었다. 기침을 심하게 하는 이유도 기관지가 나빠서가 아니라 가래가 목 뒤로 넘어가 기관지를 자극하기 때문이었다.
○ 콧물이 뒤로 넘어가 기관지 자극
비염은 콧물, 코막힘, 재채기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면서 심하게 기침을 하는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을 ‘후비루’라고 한다.
특히 집안이 난방이 잘 되고 건조하면 콧물을 줄줄 흘리는 ‘코흘리개형 비염’보다는 코가 막혀서 답답해하거나 콧물이 뒤로 넘어가서 기침을 하는 ‘후비루형 비염’이 많다.
후비루 증상은 앉아 있거나 서 있을 때보다 누워 있을 때 심하다. 누워 있으면 콧물이 목을 타고 넘어가기 쉽기 때문. 잠자리에 들었을 때 잔기침을 계속하느라 아이가 잠들기 힘들어하고, 자고 일어난 직후에도 기침을 많이 하게 된다.
김정현 함소아한의원 원장은 “부모는 아이가 기침을 계속 하면 감기나 기관지염을 먼저 떠올리고 일반 거담제를 먹인다”며 “거담제를 먹이면 증상은 다소 완화될 수 있지만 기침의 근본 원인이 치료되는 것은 아니므로 약을 끊으면 기침이 재발한다”고 말했다.
○ 탕약, 침, 물리 치료 병행
한방에서는 비위(위 등 소화기를 통칭)·폐 기운이 약하거나 체내에 속열이 있을 때 비염에 걸리는 것으로 본다.
비위가 약하면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담음(痰飮·쓸모없는 체액)이 생겨 가래와 콧물이 많아진다. 폐가 약하면 코 점막의 면역기능도 떨어진다. 속열이 있어도 코 점막이 건조해지고 몸속 기운의 흐름을 막아 비염 증세가 나타난다.
용준 군은 비위나 폐가 약하기보다는 속열이 많았다. 원래 속열이 많은 체질에다 몸 안에서 열을 내는 칼로리 높은 음식을 좋아하는 것이 문제였다. 속열, 특히 몸 상부의 열이 많았다.
용준 군은 생지황, 시호 등의 약재가 들어간 탕약을 먹어 몸속 열을 내렸다. 또 4주 동안 일주일에 두 번 씩 병원을 찾아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받았다.
곡지혈, 합곡혈, 영향혈 등 코와 연결된 경락에 침을 놓아 기혈 순환을 촉진시키고, 식염수로 비강을 씻어주는 비강세정과 적외선을 코 점막에 조사해 염증을 없애는 온열요법도 받았다.
집중 치료가 끝난 후에는 1, 2주에 한 번씩 병원에 들렀다. 1차로 처방받았던 한약을 모두 복용한 후 2, 3차 처방약까지 복용하는 데 약 2개월 반이 걸렸다.
이 씨는 “치료 후 가래 끓듯 콧물을 삼키는 소리가 없어지고 기침도 잦아들었다”며 “기침이 줄어든 후 아들의 학교생활이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 침대 머리맡을 창문 쪽으로 두지 말아야
아이에게 비염이 있다면 날씨가 추워질수록 신경을 써야 한다. 찬 기운이 콧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몸속에 열이 쌓이지 않게 해야 한다.
아침과 낮의 일교차가 심할 때에는 아침 찬 공기가 아이 코를 자극할 수 있으므로 잠자리에 있는 아이를 깨우겠다고 창문을 활짝 여는 일은 삼간다. 침대나 이부자리의 머리맡을 창문 쪽으로 두지 않는다. 아이스크림, 찬 음료 등을 먹어 코 점막을 자극하는 것도 좋지 않다.
줄넘기, 조깅, 구기운동 등으로 몸을 움직여 주면 신체 면역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수영은 물이 콧속으로 들어가 비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한다.
속열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식습관이 중요하다. 육류, 기름지고 단 음식, 인스턴트식품은 열을 만들므로 섭취를 줄이고 치커리, 상추 등 쓴맛이 나는 채소를 많이 먹인다. 한방에서는 단맛은 열을 발생시키는 반면 쓴맛은 열을 내려 준다고 본다.
평소 콧속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따뜻한 물을 많이 먹이고, 따뜻한 수건으로 아이의 목 뒷부분과 코를 찜질하면 콧물과 코막힘 증상이 줄어든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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