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연구에 필요한 소재 쉽고 빨리 찾게 서비스”

  • 입력 2008년 10월 24일 02시 59분


국제생물환경소재은행학회(ISBER)의 아시아지부 대표에 선임된 이연희 서울여대 교수는 국가지정연구소재은행 중앙센터를 과학 분야의 한국은행에 비유하며 “과학자들에게 필요한 소재를 최대한 빨리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원대연 기자
국제생물환경소재은행학회(ISBER)의 아시아지부 대표에 선임된 이연희 서울여대 교수는 국가지정연구소재은행 중앙센터를 과학 분야의 한국은행에 비유하며 “과학자들에게 필요한 소재를 최대한 빨리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원대연 기자
국제소재은행 亞지부대표 이연희 교수

“누구나 과학연구에 필요한 소재를 쉽고도 빨리 찾을 수 있게 서비스하겠습니다.”

이달 20일 국가지정연구소재은행 중앙센터의 공식 홈페이지(www.knrrc.or.kr)가 문을 열었다.

최근 서울 노원구 화랑로 서울여대 별관에서 만난 이연희(서울여대 교수) 센터장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연구소재은행 33곳의 통합검색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미생물과 유전자, 광물, 인체조직, 화학물질 등 연구에 사용하는 재료를 보관한다.

“암 진단용 칩을 개발했다고 쳐요. 칩 개발자는 대부분 공학 전문가라 암 조직을 본 적이 없죠. 칩을 테스트해야 하는데, 암 조직을 구하자니 막막할 겁니다. 내년부터 중앙센터 홈페이지에 ‘폐암’ ‘조직’ 같은 단어를 입력해 검색하면 폐암 조직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단번에 알아낼 수 있고, 바로 주문도 돼요.”

과학자들은 연구를 다른 분야로 확장하면서 소재를 어떻게 구할지 잘 몰라 어려움을 겪는다. 최근 과학계에서는 서로 다른 분야의 소재나 기술 등을 활용하는 융합연구가 활발하다. 다양한 연구소재를 보관하고 빌려주는 은행이 점점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금융 분야에서 한국은행은 금리와 통화량 조절 등 은행 관련 통화정책을 총괄합니다. 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여러 은행은 이에 따르죠. 각 은행의 지점은 본점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요. 병원성바이러스은행, 동결폐조직은행, 산업광물은행 등 전국 33개 소재은행은 지점인 셈이에요. 이들 은행은 본점에 해당하는 거점은행 3곳이 나눠 관리해요. 중앙센터는 모든 소재은행이 따를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과학 분야의 한국은행이죠.”

국제생물환경소재은행학회(ISBER)는 올 5월 처음 설립한 아시아지부의 대표에 이 센터장을 임명했다. ISBER는 전 세계의 연구소재를 총망라해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관련 연구를 공유하는 과학단체다.

“지금까지 ISBER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기술 선진국 중심으로 운영됐어요. 아시아의 동식물이나 미생물이 선진국의 연구소재로 선점되기도 했죠.”

이 센터장은 “동남아 국가뿐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까지 아우를 ISBER 아시아지부는 각국의 고유한 연구소재를 보호하면서 연구 성과는 공유하는 등의 ‘윈-윈’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리더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

그는 또 “ISBER가 한국인 과학자를 아시아지부 대표로 임명한 건 우리의 소재은행 인프라와 기술력을 인정했다는 뜻”이라면서도 “아직은 일본이 한 수 위”라고 못 박았다.

“한국은 질병모델 쥐나 유전자 돌연변이 쥐처럼 만드는 데 돈이 많이 드는 첨단 연구소재는 엄두도 못 내고 있지만 일본은 이미 시작했죠.”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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