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취업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걸린 김모(30) 씨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 항우울제 치료를 받았다. 한 달 정도 치료를 받은 김 씨는 증세가 호전됐지만 우울증 치료 경력이 취업에 지장을 줄 것 같아 한 달 만에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항우울제 복용을 중단했다. 6개월 후 우울증이 더 심해진 그는 다시 병원을 찾게 됐다.
치료 중단율 유럽의 3배
우울증 환자의 절반 이상은 한 달도 안돼 스스로 우울증 치료를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를 중단한 우울증 환자 3명 중 1명은 우울증이 재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아일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백종우 경희대의대 신경정신과 교수 등이 공동 연구한 ‘우울증 환자의 의료 이용 현황 및 질 조사’ 보고서를 31일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 우울증 환자의 52.9%는 치료 시작 30일 내에 의사와 상담 없이 항우울제 투약 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2002년 우울증 진료를 받은 18∼85세 환자 중 1회 이상 항우울제 처방을 받은 환자 11만7087명의 치료 과정을 2004년까지 추적 조사한 것이다.
우울증 환자 중 항우울제 치료를 그만둔 경우는 약 처방 30일 이내 52.9%, 60일 이내 68.2%, 90일 이내 76.2%, 120일 이내 79.9% 등으로 나타났다. 우울증 환자의 절반 이상은 치료 시작 한 달 안에 항우울제 투약을 중단하고, 4분의 3 이상은 3개월 내로 중단하는 것.
백종우 교수는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의 치료 중단율은 유럽보다 2∼3배 높다”며 “항우울제는 6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를 일찍 중단하는 이유는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불이익에 대한 부담 △증세가 약간 호전되면 완치됐다고 생각하는 환자의 우울증 탈출심리 △항우울제 부작용 등으로 지적됐다.
사회적 편견-불이익 부담
우울증 발생 6개월∼2년 사이 항우울제를 꾸준히 복용하며 치료를 받은 환자의 재발률은 17.0%인 반면 치료를 중단한 환자의 재발률은 33%로 2배 가까이 많았다. 자살 시도 건수도 치료 중단 환자가 151건으로 치료 지속 환자(40건)보다 4배 가까이 높았다. 백 교수는 “우울증 환자들은 사회적 편견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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