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류 과학관을 가다]<1>독일 브레멘 우니베르줌

  • 입력 2008년 11월 7일 02시 58분


《국내 최대 과학관인 국립과천과학관이 14일 개관한다. 정부는 2012년까지 전국에 200개가 넘는 과학관을 세울 계획이다. 그러나 과학관의 성공은 화려한 건물과 전시물에 달린 것이 아니다. 관람객들의 마음을 정확히 읽고, 흥미진진한 과학 체험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언제나 관람객과 호기심으로 가득한 세계 일류 과학관들을 찾아 그들의 성공 비밀을 살펴본다. 》

‘놀이+학습’을 하나로

지식보다 원리 깨닫게

올해 9월 말 독일 항구도시 브레멘에 있는 우니베르줌(Universum) 과학관 정문. 스산한 아침 기온이 채 가시지 않은 오전 10시, 입장을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북적대고 있었다. 시립이고 아담한 규모인데도 우니베르줌은 2000년 개관한 뒤 5년간 무려 250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브레멘의 명소로 꼽히고 있다.

우니베르줌은 학습 동기와 놀이를 융합한 새로운 형태의 과학관으로 평가받는다. 수많은 입장객 사이를 빠져나와 기자를 맞은 스베냐 알탄스 홍보과장은 “관람객이 단편적 지식보다 일상에 스며든 과학 원리를 깨닫게 하는 데 치중한다”고 말했다.

○ 시립 과학관이 도시 이미지 만들다

우니베르줌의 성공으로 브레멘은 유럽 전체에 ‘과학도시’의 이미지를 심었다. 관광 수입이 늘었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됐다.

마르틴 체페크 소장은 “우리 과학관이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개관 때부터 유지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 방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물을 비롯한 시설물은 브레멘 시 당국에서 제공했지만 경영은 전적으로 민간 회사가 맡았다. 공공 보조금 없이 관람료로 과학관을 운영해야 한다는 긴장감은 고스란히 관람객들에 대한 서비스 강화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진행된 과학관 확장 공사다. 50만 명 선을 유지하던 연 관람객이 2005년 이후 완만한 감소세에 들어서자 즉시 대책이 강구됐다. 매일 똑같은 전시물만 운영되니 관람객들이 지루해한다는 게 원인으로 분석됐다.

지구, 사람, 우주를 주제로 한 250개 상설 전시물로 운영되던 ‘사이언스 센터’ 바로 옆에 1년 단위로 전시 주제가 바뀌는 기획관인 샤우 박스(Schau Box), 야외 과학 놀이터인 엔트데커 파크(Entdecker Park)가 들어선 건 그 때문이었다.

기자가 방문한 날 샤우 박스에서는 초콜릿 시식회가 열리고 있었다. 초콜릿 공장의 노동자 복장을 한 직원들이 관람객 사이를 누비며 과자 안에 든 초콜릿을 권했다. 직접 보고 만지는 것을 넘어 먹기까지 할 수 있어 관람객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 시민 밀착형 교육 프로그램 개발

우니베르줌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은 지역 주민과 밀착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전체 관람 인원의 20∼30%를 차지하는 브레멘 시민을 잡기 위한 노력이다.

이곳에선 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아이들에게 과학을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방법을 알려주는 강좌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또 영·유아에서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성장 과정에 따라 수준과 내용을 달리한 과학교실이 운영된다. 성인을 위한 건강 강좌도 꾸준히 개최된다.

엔트데크 파크에서는 연극을 비롯한 각종 문화 행사가 끊임없이 열린다. 체페크 소장은 “과학원리를 소재로 한 쇼를 매일 볼 수 있다”며 “시민들이 편한 시간에 관람할 수 있도록 하루 네 번씩 정기적으로 개최한다”고 말했다.

또 “더 나은 과학관을 만들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에 흑자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브레멘=이정호 동아사이언스 기자 sunrise@donga.com

“오감 모두 동원해야

관람의 참맛 느껴요”

우니베르줌 과학관에 왔다면 동선을 미리 정하는 것이 좋다. 상설 전시관인 사이언스 센터의 경우 지구, 사람, 우주로 전시 테마가 나뉘어 있는 데다 샤우 박스는 다른 건물에 떨어져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전시물을 눈으로만 보지 말고 직접 조작하는 것도 필수다. 전시물이 워낙 많아 전체 관람에 2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힘들다고 대강 지나쳤다간 이 과학관의 강점을 느낄 수 없다. 후각처럼 여느 전시관에서는 잘 쓰지 않는 감각을 사용해야 하는 전시물도 많다.

브레멘=이정호 동아사이언스기자 sunrise@donga.com

▼우니베르줌 과학관▼

개관: 2000년 9월

건물 면적: 4000m²

전체 전시물: 250점

하루 평균 관람객: 1266명

직원: 140명

국내 관광객 교통편: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서 브레멘 공항까지 바로 갈 수 있는 연계 항공편 이용

▼기획취재 자문위원▼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김경훈 서울산업대 및 NID융합기술대학원 교수

△김경덕 LG사이언스홀 국장 △전태일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 박물관학과 교수

△유창영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김이삭 헬로우뮤지엄 어린이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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