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서부 지역 55년만에 베일벗다

  • 입력 2008년 11월 14일 14시 49분


50년 이상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비무장지대(DMZ) 생태계가 처음으로 베일을 벗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자연습지가 발견됐고,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등 DMZ가 생태계의 보고임이 최초로 입증됐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문화재청, 산림청, 서울대 생태조사단 등 20명으로 이뤄진 민관합동조사단은 14일 이 같은 내용의 '생태·산림·문화재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10일부터 4박5일의 일정으로 DMZ 서부지역인 경기 연천과 파주에서 한국전쟁 후 최초로 DMZ 내부의 생태계와 문화적 가치를 조사했다.

조사단은 DMZ 서부지역에서 200여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것을 발견했고, 이중 13종은 희귀종·법정 보호종이라고 밝혔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두루미는 DMZ 서부 지역 곳곳에서 50여 마리가 관찰됐다. 두루미는 강원도 철원평야에 200여 마리가 있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연천평야를 비롯해 파주시 대성동 저수지 등 DMZ 서부지역 일대에서 광범위하게 서식하고 있는 것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특히 과거 마을과 농경지가 있었던 연천평야 일대는 인간의 간섭이 없이 보존되면서 국내 최대규모(450만㎡로 추정)의 자연 습지로 변모했다. 이 곳에서는 52종의 동물과 12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천연기념물 어름치 등 1급수에서만 사는 지표생물이 다수 있어 완벽한 자연습지인 것으로 조사단은 판단하고 있다.

이 밖에 조사단은 파주 대성동 저수지 일대에서 재두루미를 포함한 철새 7000여 마리를 관찰했고, 임진강 지류의 최상류에서는 어름치 등 희귀종들의 서식을 확인했다.

조사단장인 김귀곤 서울대 교수는 "조사를 직접 해보니 DMZ의 생태계는 흥분할 정도"라며 "보전만 잘 하면 세계적인 자연유산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덕영기자 firedy@donga.com

비무장지대(DMZ·demilitarized zone)는 1950~1953년 벌어진 6·25전쟁의 휴전협정 이후 남과 북의 직접적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간격을 두도록 한 완충지대를 말한다. 흔히 휴전선이라 불리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북으로 각각 2㎞씩을 DMZ로 지정했다. 면적은 한반도 전체 22만㎢의 약 250분의 1에 달하는 총 907㎢다.

DMZ 내에서는 군대의 주둔이나 무기의 배치, 군사시설의 설치가 금지되며 이미 설치된 군대와 관련 시설은 철수 또는 철거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남북이 상호 묵인 하에 소수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DMZ 남쪽으로 5~20㎞에 민간인 통제선을 정해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며 DMZ 내부 출입은 엄격하게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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