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지끈지끈 아, 지긋지긋… 두통

  • 입력 2008년 11월 17일 02시 49분


진통제 남용땐 만성두통으로 진행

자세 삐딱하고 배고파도 찾아와

카페인 피하고 숙면-수영 등 도움

직장인 김광철(40) 씨는 최근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했다. 극심한 두통이 반복돼 뇌중풍(뇌졸중)에 걸린 것은 아닌지 덜컥 겁이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의사는 긴장성 두통이라고 진단했다.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탓에 만성두통이 됐다는 것. 김 씨는 뇌질환이 아니라는 말에 한숨 놓였지만 두통이 올 때마다 일상생활에 집중할 수 없어 괴롭다.

많은 현대인이 만성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두통을 달고 산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신경과 의사들은 “만성두통은 완치하는 것이 아니라 조절하는 병”이라고 말한다. 스스로 얼마나 자신을 잘 통제하느냐에 따라 증상이 호전되느냐 악화되느냐가 결정된다는 것. 생활습관을 조금만 고쳐도 두통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 두통약 알고 먹자

두통의 원인은 수백 가지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두통이 생기면 무턱대고 진통제부터 찾는다. 두통약도 알고 먹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가벼운 편두통에는 진통제가 잘 듣는 편이다. 알약보다 액체로 됐거나 씹어 먹는 약이 효과가 좋다. 최근에는 편두통용 알약도 출시가 됐다.

그러나 두통이 심해지면 두통약의 효과는 떨어진다. 게다가 진통제를 남용하면 만성두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의학적으로 ‘약물남용성 두통’이라는 병명도 있다.

약물남용성 두통은 진통제를 오래 복용한 사람들에게서 주로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심한 편두통을 호소하거나 긴장할 때마다 극심한 두통을 호소한다.

문제는 카페인 성분이 들어있는 진통제가 적지 않다는 것. 이런 약들은 혈관을 수축시키면서 두통을 완화시키지만 그 반작용으로 다시 혈관이 이완돼 두통이 심해지는 부작용이 있다.

두통약을 남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두통이 자주 나타나면 진통제부터 찾지 말고 병원을 찾아 원인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 규칙적 식사와 수면이 두통 예방

잠을 모자라게 자거나 너무 많이 자면 두통이 생길 때가 많다. 잠을 적당하게 자지 않으면 뇌혈관의 수축과 이완 작용에 문제가 생기면서 두통이 온다.

이런 두통은 유산소운동을 통해 뇌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면 나아진다.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을 하면 두통이 악화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배가 고프면 두통이 오기도 한다. 식사량이 적어 혈당이 낮아지기 때문에 뇌혈관이 수축했다가 다시 확장하는 과정에서 두통이 생기는 것. 이럴 때는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 두통을 막는 길이다. 달걀노른자, 쇠고기, 김, 미역, 다시마, 파래 등 철분이 많은 음식과 녹황색 채소, 뱀장어, 멸치, 정어리, 콩 등 비타민B가 풍부한 음식이 좋다.

탈수 현상으로 인한 두통을 막으려면 평소 물을 많이 먹고 콜라, 홍차, 커피 등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료수나 술, 치즈, 인공조미료를 사용한 음식은 피한다. 카페인이나 인공감미료가 든 식품은 뇌혈관의 규칙적인 수축과 이완을 방해한다.

○ 한쪽으로만 씹으면 두통 유발

실내조명도 두통 예방에 중요하다. 너무 밝은 조명 아래 오래 있거나 컴퓨터 모니터를 장시간 들여다보면 눈의 피로도가 높아져 두통을 부른다. 모니터의 밝기는 주변 밝기와 비슷한 정도로 조정하고 실내조명은 간접조명으로 바꾼다.

페인트, 향수 등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물질이나 시끄러운 소리도 두통을 유발한다. 코와 귀를 자극해 뇌혈관의 원활한 활동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자세도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여 전화를 받거나 음식을 한쪽으로만 씹으면 한쪽 뇌에만 자극이 전달된다. 한쪽 뇌에 지나치게 부하가 걸려 두통이 생기는 것. 다리를 꼬거나 의자 끝에 걸터앉는 자세, 목을 앞으로 빼고 모니터를 보는 자세도 뇌로 공급되는 혈액의 순환을 방해해 두통을 일으키기도 한다.

양쪽 신체를 균형 있게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고, 앉을 때는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넣어 안정된 자세를 취하는 것이 두통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도움말=권순억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김승민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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