溫<온> 그러면서도 따뜻하게
美<미> 세련된 디자인도 필수!
1950년대 전쟁이 휩쓸고 간 서울의 겨울 거리에는 ‘USA’마크가 새겨진 ‘담요코트’가 유행했다. 군대에서 나온 구호물자인 국방색 담요에 물을 들여 만든 코트였다.
물자가 부족했기에 미군 PX나 암시장에서 흘러나온 군수품과 밀수품이 범람했던 시절, 미적 감각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담요코트는 모직으로 만들어 따듯했지만 두꺼워 투박한 디자인으로만 제작이 가능했다.
담요코트에 대한 반발로 1950년대 중후반에는 주름이 잘 지는 개버딘 옷감으로 가능한 한 플레어를 많이 지게 하는 ‘플레어 코트’가 대유행했다.
경제 상황이 좋아지면서 1980년대에는 오리털을 넣고 두껍게 누빈 파카와 코트가 인기를 끌었다. 오리털은 따듯하고 가볍지만 크게 부풀어 날씬한 맛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1990년대 인기를 끈 무스탕 역시 따듯하지만 다소 무겁고 둔해 활동성이 떨어졌다.
최근에는 양털로 짠 캐시미어가 인기다. 캐시미어는 보온성이 크면서도 가볍고 부드러워 다양한 디자인이 가능하다.
겨울 의류의 변천사는 좀 더 따듯하면서도 가볍고 활동하기 편한 소재와 디자인을 찾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겨울 의복은 보기에 좋을 뿐 아니라 보온성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신혜순 국제패션디자인연구원장은 “4계절 중 겨울만큼 옷 입는 게 까다로운 때도 없다”며 “보온성, 활동성, 맵시 등 3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하기 때문에 가벼우면서도 따듯한 소재에다 최상의 디자인을 곁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툼한 옷을 껴입으면 제일 따듯하지, 뭘 고민하나”며 쉽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옷감의 소재를 고려하지 않은 채 두툼한 옷만 잔뜩 껴입는 것만큼 미련한 일도 없다. 소재가 두툼하다고 따듯한 것이 아니고, 자칫 몸놀림이 둔해 넘어지기가 쉽기 때문이다.
특히 고혈압 등 찬바람이 불 때 주의해야 할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보온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차가운 날씨에 노출되면 혈관 벽이 수축해 혈압이 높아지면서 협심증, 심근경색증, 뇌중풍을 유발한다.
생리통을 호소하는 여성들에게 보온은 겨울철 생리통이 심해지는 것을 막는 데 필요할 뿐 아니라 각종 여성 관련 질환을 예방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겨울철 의류에는 면, 모, 견 등 천연소재와 아크릴 등 인조소재가 많이 쓰인다. 겨울철의류 소재는 가볍고 보온효과가 좋아야 한다.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사람은 모 소재를 피한다. 모는 피부에 닿으면 아토피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
이주희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는 “대부분의 모는 촉감이 까끌까끌해 아토피 피부나 건조한 피부에 쉽게 자극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모의 대체소재로 쓰이는 아크릴도 땀 흡수 기능이 약하고 정전기가 잘 일어서 피부염이 있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피부가 약한 사람에게 좋은 소재는 면직물이다.
면직물로 된 속옷과 그 위에 합성섬유 소재의 겉옷을 입는다. 모 소재의 목도리를 두르고 싶다면 목까지 올라오는 면 소재의 티를 입은 후 목도리를 두른다.
요새 유행하는 레깅스는 ‘고무 알레르기’가 있는 여성은 피해야 한다. 스판 소재의 레깅스를 입고 난 후 다리가 군데군데 벌겋고 가려워지면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이 생기는 것. 이런 증세를 보일 때는 면 혼방 비율이 높은 레깅스를 입거나 아예 입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겨울 옷은 정전기가 잘 생긴다.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아크릴 등 합성섬유가 특히 정전기에 약하다.
정전기를 없애고 싶을 때는 빨래할 때 섬유유연제로 꼭 헹구거나 합성섬유 옷은 서로 겹쳐 입지 않는다. 속에는 면 옷을 입고 그 위에 합성섬유 옷을 입으면 정전기가 덜 생긴다. 또 피부에 보습제를 충분히 바르고 옷을 벗을 때 물 스프레이를 뿌려주면 정전기가 덜 발생한다.
건강을 생각하면서도 세련되게 겨울 옷을 입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겨울철 멋쟁이로 거듭나기 위한 건강 패션 코디법을 알아보자.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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