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수도 캔버라는 황무지 위에 세운 작고 아름다운 도시다. 이곳에 호주를 대표하는 퀘스타콘 국립과학기술관이 있다.
1980년 호주국립대의 마이클 고어(물리학과) 교수가 작은 학교에 15점의 과학전시물을 소개한 것이 이 과학관의 기원이다. 시작은 빈약했지만 ‘만지는 과학’이란 모토로 전시물과 프로그램을 기획한 결과 지금은 1년 총관람객만 140만 명을 넘는다. 또 세계 각지에서 이곳의 전시물을 빌려갈 만큼 유명하다.
○ 미끄럼틀 타며 중력의 힘 체험
그레이엄 듀란트 관장은 “‘들으면 잊어버리고 보면 기억하고 직접 해보면 이해가 된다’는 중국 속담에 성공의 해답이 있다”며 “퀘스타콘의 키워드는 한마디로 재미”라고 말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서 놀이동산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학생들이 마찰력을 줄이기 위해 파란색과 주황색 옷으로 갈아입고 미끄럼틀을 탈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듀란트 관장은 “학교에서 외워야 하는 자유낙하 개념은 추상적이지만 직접 미끄럼틀을 타고 중력을 체험하면 과학에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과학관들과 달리 전시물에 설명이 거의 없는 것도 어린이나 비영어권 관람객을 위한 배려다.
특이하게도 전시장 어디를 둘러봐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나 MP3 플레이어,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처럼 최신 과학기술을 소개하는 전시물은 없었다. 듀란트 관장은 “요즘은 6개월만 지나도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며 “간단한 원리를 통해 보편적인 과학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 극장식 과학쇼-과학 서커스로 관심 유도
“저희 집 남동생요(웃음).”
시사적인 과학 주제는 극장식 쇼를 통해 관심을 유도한다. 하루 5차례 선보이는 극장식 과학쇼는 주제의 난이도에 따라 2∼5세, 8세 이상, 전 가족 등으로 구분된다. 극장식 과학쇼의 성공 비결은 우수한 운영인력. 과학관은 호주국립대와 공동으로 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를 만들었다. 쇼를 진행하고 전시물을 기획할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다. 해마다 16명을 선발하며 대학을 마친 사람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1년 석사 과정이다.
이 학과에서는 일반 사범대에서 배울 수 없는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교수법을 연구한다. 예를 들어 화산 폭발을 재현할 때 어떤 재료를 쓸 것인지, 설명은 카드를 이용한 게임을 할 것인지, 신문 기사를 이용할 것인지 등을 토론하는 것이다.
퀘스타콘 과학관의 명물인 ‘과학서커스’도 이 학과 학생들의 실습을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이다. 과학서커스는 주로 인적이 드문 시골이나 원주민 마을을 찾아가 과학전시물을 보여주고 쇼를 통해 호주 전역에 과학문화를 크게 향상시켰다.
듀란트 관장은 “일반인에게 과학적인 소양을 쌓게 하는 일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며 “미취학 어린이부터 노인과 외국인에 이르기까지 마음으로 과학을 전달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캔버라=서금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symbi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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