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는 컴퓨터, 신부의 눈물을 감싸다

  • 입력 2008년 11월 28일 02시 59분


이화여대 팀이 만든 웨딩드레스는 신부의 기분에 맞춰 다양한 색깔로 빛이 나며 신부를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신부가 울 때는 베일로 자연스럽게 얼굴을 가려주기도 한다. 사진 제공 KAIST
이화여대 팀이 만든 웨딩드레스는 신부의 기분에 맞춰 다양한 색깔로 빛이 나며 신부를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신부가 울 때는 베일로 자연스럽게 얼굴을 가려주기도 한다. 사진 제공 KAIST
광운대 팀이 만든 입는 컴퓨터를 착용하면 시각장애인의 손목밴드로 도우미견의 행동과 기분이 전달된다. 앞을 보지 못하지만 도우미견과 유대관계를 더욱 깊게 맺을 수 있다. 사진 제공 KAIST
광운대 팀이 만든 입는 컴퓨터를 착용하면 시각장애인의 손목밴드로 도우미견의 행동과 기분이 전달된다. 앞을 보지 못하지만 도우미견과 유대관계를 더욱 깊게 맺을 수 있다. 사진 제공 KAIST
《‘입는 컴퓨터(웨어러블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금속성 느낌이 많이 나는 옷에 소형 노트북 컴퓨터와 통신기기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그래야만 ‘입는 컴퓨터’인 줄 알았다.

최근에야 옷 속으로 컴퓨터가 쏙 들어갔고 조금씩 ‘패션’을 담기 시작했다.

입는 컴퓨터가 다시 한 번 변신을 외쳤다.

‘기능’과 ‘멋’을 넘어 사람의 마음까지 사로잡겠다는 것이다.

KAIST가 최근 개최한 ‘제4회 웨어러블 컴퓨터 경진대회’에서는 ‘감성 중심의 입는 컴퓨터’를 주제로 다양한 아이디어가 펼쳐졌다.

결혼식을 빛내고 장애인을 돕는 등 대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보면서 입는 컴퓨터의 미래를 점쳐 보자.》

○ 심박수 측정해 졸음 쫓기도

대상을 받은 광운대 더시크릿팀을 비롯해 여러 팀이 장애인을 돕는 웨어러블 컴퓨터를 선보였다. 감성이라는 코드와 장애인을 연결한 것. 더시크릿팀의 ‘소울 메이트’는 도우미견과 시각장애인을 하나로 묶는 장치다. 도우미견이 입는 옷에는 센서가 달려 있어 다양한 동작과 기분을 시각장애인의 손목밴드에 무선으로 전달한다.

표현할 수 있는 기분은 네 가지다. 꼬리를 흔들면 기분이 좋고, 꼬리를 내리면 기분이 나쁘다고 알려준다. 몸을 뒤집으면 배를 긁어달라는 뜻이고, 주인에게 달려오면 같이 놀자는 표시다.

이 제품을 만든 김진(전자통신학과) 씨는 “시각장애인이 도우미견과 친밀한 유대 관계를 맺도록 도와주는 제품”이라며 “도움을 줬던 이삭도우미견협회에서 다른 동작을 추가해 달라는 등 주위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키요라팀(금상)이 내놓은 웨딩드레스는 신부의 기쁨을 표현하고 아쉬움을 위로하는 입는 컴퓨터다. 신부의 장갑에는 힘저항센서가 달려 있다. 결혼에 대한 흥분과 설렘으로 부케를 꽉 잡으면 웨딩드레스에 달려 있는 발광다이오드(LED)가 여러 색으로 반짝이며 신부의 기쁨을 표현한다.

때때로 신부가 울거나 감정 기복이 심해지면 베일이 얼굴을 가려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 옷에는 시선카메라가 달려 있어 신부의 눈으로 본 하루가 그대로 기록된다.

팀장인 김수연(디지털미디어학부 석사과정) 씨는 “하객의 박수 소리가 커지면 웨딩드레스가 더 화려해진다”며 “빛을 이용해 아름다운 입는 컴퓨터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톡톡 튀는 발랄한 아이디어도 많았다. 경북대 선파워팀이 선보인 ‘멀티 테크놀로지 교복’은 심박수를 측정해 졸음을 쫓는 입는 컴퓨터다. 황진영(의상디자인학과) 씨는 “바로 내가 절실하게 필요로 했던 제품”이라며 “진동 소리 향 등으로 졸음을 달아나게 한다”고 설명했다.

성균관대팀의 ‘나의 음악코치’는 진동모터를 이용해 성대근을 이완시키고 냉각장치로 발성에 좋은 목 온도를 유지시켜 노래를 잘 부르게 하는 제품이다. KAIST 팀들은 잘못된 자세를 바로잡아주거나 신나게 응원할 수 있는 입는 컴퓨터를 내놓았다.

○ 입는 것을 넘어 신체 내장형으로

입는 컴퓨터가 가장 발달한 곳은 유럽이다. 특수 기능을 담은 옷이 많다. 소방관을 보호하고 불을 더 잘 끄도록 돕는 소방복부터 조난을 막는 등산복과 스키복,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는 환자복 등이다. 걷고 있으면 운동량과 소비한 칼로리 등을 보여주는 신발도 있다.

그러나 대회를 주최한 유회준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지금은 유럽이 더 앞서있지만 가능성은 우리나라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유럽은 전자 기판을 옷에 결합하는 형태의 입는 컴퓨터를 많이 만든다. 이 때문에 휘어지는 부드러운 기판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많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는 섬유 속에 바로 반도체를 넣는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컴퓨터’라는 걸 전혀 의식할 수 없는 옷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볼 수 있듯 입는 컴퓨터는 점점 더 사람의 감정이나 행동을 읽고 거기에 맞춰 반응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서도 잘 알려진 게임기 ‘위’는 현재 손에 쥐는 작은 막대기 모양이다. 전문가들은 1, 2년 안에 특수복을 입고 즐기는 게임기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게이머의 감정에 따라 스토리가 달라지거나 흥분된 감정을 진정시키는 게임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유 교수는 “휴대용 컴퓨터가 입는 컴퓨터를 거쳐 2015년 이후엔 사이보그를 지향하는 신체 내장형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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