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이증(小耳症) 수술을 받은 우석(가명·6)이의 어머니 말이다.
우석이는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귀의 형태가 거의 없었다. 4세 때 우석이가 “왜 내 귀는 엄마와 다르냐”고 물었을 때 어머니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다. 밖에 나갔다가 놀림 받아 마음에 상처라도 입을까 노심초사하면서 보낸 6년이었다.
우석이를 수술한 프로필 성형외과 귀 성형 전문센터 정재호 원장은 “소이증은 기능상의 문제와 더불어 정신적으로도 심각한 콤플렉스를 동반할 수 있는 만큼 수술을 통해 귀를 회복시켜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귀 성형 전문의는 세계적으로도 그 수가 많지 않다. 귀 성형 전문센터는 국내 개원의가에서 극히 드물다. 정 원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1년 2개월간 성형외과 교환교수로 근무한 바 있다.
○ 소이증, 신생아 7000명 중 한 명 꼴
소이증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유전적 요소와 임신 중 약물 복용, 기타 질병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소이증 수술은 대개 8세에서 12세 사이에 이뤄진다. 소이증 수술은 보통 갈비뼈에서 연골을 떼어내 귀로 이식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므로 갈비뼈가 어느 정도 발달하는 이 나이대가 되어야 시술이 가능해지는 것. 그러나 정 원장의 시술법은 연골이 아닌 인공 조형물을 사용하므로 이보다 어린 5∼6세 아이들에게도 시술이 가능하다.
정 원장은 “소이증을 앓는 아이의 경우 취학 전에 귀의 형태를 만들어줘야 귀에 대한 콤플렉스가 생기는 것을 미리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귀 수술은 성형외과 수술 중에서도 매우 어려운 수술에 속한다. 특히 없는 귀를 만들어내는 소이증 수술은 의사가 귀 모양을 입체적으로 ‘조각’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수술에 7∼8시간이 걸리는 것은 보통. 오랜 시간의 연구와 노력, 숙련된 테크닉이 없다면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 힘든 수술이다.
○ 국내 유일의 ‘메드포’ 이용한 소이증 수술
국내에서 이뤄지는 소이증 수술은 환자의 갈비뼈 연골을 이식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갈비뼈 이식술은 오랫동안 사용된 방법이지만, 갈비뼈 연골을 떼어내는 과정에서 가슴에 흉터가 생긴다는 단점이 있다. 또 어렸을 때 연골을 떼어낼 경우 성장하면서 몸통에 일부 변형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이 취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갈비뼈 이식술의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온 시술이 ‘메드포’라는 인공 조형물을 이용하는 방법. 메드포는 과거 두개골이나 안골이 함몰되었을 때 함몰부분을 채웠던 대체물질로 소이증 치료의 재료로 사용된 지는 불과 20년 안팎이다.
국내 소이증 환자들이 메드포를 이용한 수술을 받기 위해 미국으로 가는 모습을 보게 된 정 원장은 미국으로 건너가 직접 연수를 받으면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현재 메드포를 사용한 소이증 수술은 국내에서 정 원장이 유일하다.
소이증 수술은 귀와 유사한 형태를 만드는 작업뿐 아니라 귀와 흡사한 피부 색깔을 내는 것도 중요하다. 정 원장은 “수술하는 귀의 앞면은 다른 쪽 귀 뒷부분에서 떼어낸 피부를 이식하는 한편, 수술하는 귀의 뒷면은 배에서 피부를 이식함으로써 가장 정상적인 귀의 피부 톤이 나오도록 고려한다”고 말했다.
○ 매몰 귀-돌출 귀-칼귀 등 미용 목적의 귀 성형도 많아
정 원장이 처음부터 귀만 가지고 연구한 것은 아니었다. 원래는 두개골, 안골 등 얼굴 전체의 뼈를 연구하고 진료했다. 이 과정에서 반안면왜소증 환자들을 치료하며 소이증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반안면왜소증은 한쪽 얼굴이 자라지 않는 질환. 머리와 목에 생기는 선천성 기형 중에서는 구순·구개열 다음으로 흔한 질환이다. 주로 기형이 나타나는 쪽의 귀가 없고 뼈가 자라지 않아 심할 경우 안면신경마비까지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어릴 적부터 뼈를 조금씩 늘려주는 시술을 통해 다른 조직까지 변형되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
최근에는 소이증과 반안면왜소증 외에도 미용 목적으로 매몰 귀, 돌출 귀, 칼귀 등을 성형하려는 환자들이 프로필 성형외과 귀 성형 전문센터를 찾는다.
정 원장은 “요즘에는 귀걸이로 귓불이 찢어지는 이수열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이도 많다”면서 “특히 기온이 내려가는 겨울철에는 야외활동을 하다가 귓불이 얼어 찢어져도 자각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으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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