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의 계절이 돌아왔다. 스키 시즌이 시작되면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스키장뿐만이 아니다. 병원에도 겨울 스포츠를 즐기다가 다친 환자가 늘어난다.
○ 무릎 인대·연골 손상 많아
스키를 타다가 당하는 부상 중 가장 흔한 것은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손상되는 것이다.
전방십자인대는 넙다리뼈와 정강이뼈에 붙어 있는 인대로, 하체는 스키나 스노보드에 고정된 채 상체만 돌아간 상태에서 넘어질 때 다치기 쉽다.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면 ‘뚝’ 하는 소리와 함께 무릎에 힘이 없어지고 붓는다.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하면 통증이 가라앉기 때문에 방치하기 쉽다. 이럴 경우 외상성 관절염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정형외과의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넙다리뼈와 정강이뼈 사이에 있는 연골인 반월판연골은 넘어질 때 무릎이 뒤틀리면서 다치기도 한다. 통증과 함께 무릎을 움직일 때 걸리는 느낌이다. 특히 무릎이 구부러져 있는 상태에서는 회전운동이 가해지면서 연골이 손상되거나 찢어질 수 있다.
넘어질 때 스키 손잡이가 엄지손가락에 부하를 주면서 인대가 손상되기도 한다. 손잡이를 둥글게 말아 쥐면 넘어질 때 손잡이로부터 빠르게 손가락을 뺄 수 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폴로 땅을 짚고 버티다가 손목이나 어깨는 물론 폴에 가슴을 찔려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스노보드 부상은 손목 골절이 많다. 스키처럼 체중을 받쳐주는 폴을 사용하지 않아 넘어질 때 손목으로 땅을 짚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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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 넘어지는 연습해야
부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넘어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스키의 경우 두 팔을 앞으로 뻗고 옆으로 넘어지는 연습을 한다. 팔을 뻗으면 다리는 자연히 모아져 전방십자인대 부상 위험이 줄어든다. 몸이 뒤로 젖혀지며 무릎 뒤로 넘어갈 경우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므로 다리를 모으고 넘어져야 스키가 벌어지면서 무릎이 뒤틀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넘어질 때는 손으로 땅을 짚지 말고 잡고 있던 폴도 놓는다. 옆으로 누우면서 엉덩이를 먼저 땅에 살며시 댄다. 옆 엉덩이로 강하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넘어지면서 살짝 옆 엉덩이를 대고 부드럽게 땅에서 미끄러져 가면서 속도를 줄여 멈춘다. 엉덩이에 살이 많더라도 털썩 주저앉으면 엉덩이뼈에 금이 갈 수도 있다.
스노보드의 경우 넘어지면서 손으로 땅을 짚는 동작은 충격이 팔 전체로 전해지면서 손목뿐 아니라 팔꿈치와 어깨에도 손상이 온다. 특히 옆으로 몸을 기울이고 손과 팔뚝으로 땅을 슬쩍 훑으면서 미끄러지듯 서는 동작은 위험하다. 팔이 뒤로 빠지며 어깨 탈골의 위험이 크다.
스노보드를 타다가 균형을 잃을 경우 손으로 땅을 짚지 말고 다리를 들고 몸통 전체를 이용해 땅에 미끄러지듯 넘어지는 것이 좋다. 앞으로 넘어질 때에는 배와 가슴을 땅에 대고 뒤로 넘어질 때에는 등으로 대고 미끄러지면서 속도를 줄인다.
스노보드는 옆으로 넘어지는 스키와는 달리 앞뒤 수직으로 넘어지기 쉬우므로 꼭 헬멧을 착용한다. 넘어져서 일어날 때 손바닥으로 일어나게 되면 손목 인대에 무리가 갈 수 있으므로 주먹을 쥐고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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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키 타기 전 10분 준비운동
스키장은 춥기 때문에 관절, 관절 주변 근육, 인대가 경직돼 부상 위험이 더 크다.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기 전에는 10분 이상 각 관절을 이완시켜 주는 스트레칭을 한다.
필요장비 점검도 필수다. 부츠는 필히 자기 것을 준비해 발에 맞춰 신는다. 바인딩의 작동상태와 폴을 점검하고 헬멧, 고글, 손목보호대(보드) 등도 챙긴다.
자기 수준에 맞지 않는 난도가 높은 슬로프에 도전하면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 수준에 맞는 슬로프를 택하고 슬로프의 상태도 미리 점검한다. 장애물이 있거나 눈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평소보다 한 단계 낮은 코스에서 스키를 탄다.
눈이 녹았다가 얼어 빙판을 이룬 곳, 눈이 일부 녹은 곳, 스키 중 눈이 내릴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슬로프에서 넘어지면 반드시 슬로프 위쪽을 보고 내려오는 사람과 충돌을 피하면서 빠르게 슬로프 가장자리로 이동한다.
다른 계절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겨울철에 갑자기 무리하면 심폐기능, 관절, 근육 등에 무리가 올 수 있다. 스키 타기를 즐긴다면 평소 자전거 타기 운동을 자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스키장에서 다쳤을 때는 부상 부위를 함부로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다. 인체구조상 다쳐서는 안 될 중요조직인 혈관, 신경 등은 깊숙한 곳에 뼈 조직에 의해 보호되기 때문에 부상을 당해 뼈가 부러지더라도 해부학적으로 이들 조직은 보호된다. 부상 부위를 함부로 만지면 주요 조직마저 다쳐 큰 후유증이 남게 된다. 환자는 절대 움직이지 말고 안전요원이 현장에서 의무실로 이송하는 것이 안전하다.
(도움말=임재현 척추관절전문 나누리병원 의무원장, 김상훈 부평 힘찬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박루뽀 예손병원 관절센터 원장)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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