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 분자 ‘글리코알데히드’ 발견
“빛-온도-대기 갖추면 생명체로 발달 가능”
드넓은 우주에서 오직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할까. 그 대답을 얻기 위해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은 지구 바깥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아왔다.
최근 우주에서 생명의 기원이 될 수 있는 분자가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유럽 여러 나라의 과학자가 참여한 국제공동 연구팀은 “지구에서 2만6000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단순한 형태의 탄수화물 분자인 ‘글리코알데히드’를 발견했다”고 ‘천체물리학저널’ 11월 25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 외계에서 생체분자 발견
2만6000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구석기시대인 지구로 전파를 보냈다면 아마 지금쯤 도착했을 것이다. 그만큼 먼 거리라는 얘기다.
연구에 참여한 영국 런던대 세레나 비티 박사는 “글리코알데히드는 생체분자 RNA의 주요 성분인 리보오스를 만드는 데 필요하다”며 “생명의 기원이 될 수 있는 분자”라고 설명했다.
글리코알데히드가 발견된 곳은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나타날 수 있는 ‘별 탄생 영역’. 이 같은 영역에서 생체분자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망원경의 성능이 낮아 생체분자가 발견돼도 출처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연구팀은 스페인에 있는 고성능 ‘전파간섭계망원경(PdBI)’을 이용해 별 탄생 영역에서 방출된 전파를 분석한 결과 분자의 존재를 확인했다.
태양 같은 별이나 지구 같은 행성 등이 만들어지면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온도와 대기, 빛 등의 환경조건이 갖춰질 수 있다. 이런 환경에 생체분자가 존재한다면 언제라도 생명체로 발달할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결국 지구의 생명체는 태양계가 탄생할 당시 이미 지구 밖에 있던 생체분자에서 생겨나 지구로 들어왔을지도 모른다는 게 ‘생명의 외계기원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견해다.
세종대 천문우주학과 이정은 교수는 “우주에서 생체분자를 찾는 연구는 생명의 기원이 지구가 아니라 우주일 수 있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 생명 유입 장벽은 대기권?
DNA 구조를 밝힌 영국 생물학자 프랜시스 크릭은 1981년 출간한 책 ‘라이프 잇셀프’에서 “최초의 생명체가 지구 내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할 수 없으며 생명의 기원은 외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우주에서 지구로 생명이 유입됐다는 것.
글리코알데히드의 발견으로 크릭의 주장은 지지를 얻게 됐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외계의 생체물질이 어떻게 지구 대기권을 통과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주의 물질이 지구로 들어오려면 대기권에 있는 공기분자와의 마찰 때문에 생기는 높은 온도와 압력을 이겨내야 한다.
유럽우주기구(ESA)는 지난해 실제 생물로 이를 실험해봤다. 무인위성 ‘포톤-M3’ 표면에 세균 크루코시다이옵시스가 살고 있는 암석을 붙인 뒤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호에 실어 우주로 발사했다. 이 세균은 사막이나 남극 같은 극한 환경에서 발견돼 화성에서도 살아남을 것으로 추측될 만큼 생명력이 강하다.
우주를 유영하던 포톤-M3는 암석을 귀환선에 실어 지구로 다시 보냈다. 연구팀이 돌아온 암석을 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 세균은 껍데기만 남아 있었다. 대기권에 진입할 때 발생한 높은 열 때문에 타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우주에서 지구로 생명체가 들어오기란 불가능하다는 게 ESA 연구팀의 주장이다.
그러나 독일 항공우주센터 게르다 호르네크 박사팀은 “세균을 우주환경과 비슷한 장치에 넣어 관찰한 결과 일부가 무사히 살아남은 것을 확인했다”고 올해 초 ‘우주생물학’에 발표했다. ESA의 실험과 정반대의 결과다.
이에 ESA는 2013년 다시 지난해와 비슷한 실험을 할 계획이다. 이번엔 세균이 살아 돌아온다면 생명의 기원이 우주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한층 주목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글리코알데히드(Glycolaldehyde):
생명체의 주요 성분인 탄수화물의 한 종류. 탄소 2개, 수소 4개, 산소 2개로 이뤄진 단순한 형태다. 유전자의 한 종류인 RNA를 구성하는 리보오스의 재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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