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기증자 적출 금지’로 폐기… 이식 대기 3616명 달해
법률 미비로 기증된 인체의 각막이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2007년 4월 이후 대한인체조직은행에 기증된 시신 57건 가운데 29건의 각막이 사용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신 29건의 58개 안구 각막이 폐기된 것은 각막이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고 있어 ‘인체조직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증된 인체에서는 각막을 채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체기증에서 장기는 간, 신장 등을 말하며 인체조직은 힘줄, 피부, 뼈, 인대 등이 해당된다. 각막은 장기로 분류된다.
인체기증은 크게 ‘뇌사자’와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사망자’(사후 기증자) 등으로 나뉜다. 뇌사자의 경우 장기이식의료기관은 신장 등 장기, 각막 등을 적출하고 이후 인체조직은행이 뼈, 피부, 인대 등을 채취한다.
하지만 사후 기증자는 이미 사망해 신장 등 장기는 이식해 사용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시신은 병원을 거치지 않고 인체조직은행에 보내져 뼈, 인대 등 조직만 채취된다. 이 과정에서 사망 후 6시간 내에 채취해야 하는 각막은 적출하지 못하고 폐기되고 있다는 것.
더구나 각막은 장기이식법에 따라 장기이식의료기관에서만 적출이 가능해 인체조직은행에선 각막을 적출할 수 없다.
11월 말 현재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등록된 각막이식 대기환자가 3616명에 달한다. 이지선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홍보팀장은 “각막도 사실상 인체 조직인데 장기 이식 법에 묶여 있어 기증 활성화가 안 된다”며 “국내 기증된 각막이 부족해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해외에서 수입한 각막을 이식하는 경우도 많은 만큼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설정곤 보건복지가족부 공공의료과장은 “각막은 인체조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전문가들과 개선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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