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류 과학관을 가다]<5>美샌프란시스코의 ‘익스플로러토리엄’

  • 입력 2008년 12월 12일 03시 01분


샌프란시스코의 명물인 팰리스 오브 화인 아츠에 위치한 익스플로러토리엄 입구.
샌프란시스코의 명물인 팰리스 오브 화인 아츠에 위치한 익스플로러토리엄 입구.
“전시물 만드는 작업현장도 전시해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익스플로러토리엄’에 들어서면 다른 과학관에서 볼 수 없는 희한한 광경이 눈에 띈다. 전시장 한쪽 벽 너머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망치와 줄자를 들고 뭔가 열심히 만들고 있다. 건물 2층에 올라가면 작업장 내부를 훤히 둘러볼 수 있다. 호기심 많은 관람객은 개발자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과학 원리를 명쾌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정평이 난 이곳 전시물은 이렇게 ‘열린 공간’에서 태어난다. 작업장이 열려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창립자인 프랭크 오펜하이머(원자폭탄을 개발한 로버트 오펜하이머 박사의 동생) 박사에게서 나왔고, 거의 4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변함이 없다.

○ 관람객과 소통하는 열린 공방(工房)

에릭 디몬드 수석개발자는 “항상 과학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관람객의 반응을 파악하기 쉽다”며 ‘열린 공방’의 장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익스플로러토리엄의 개발자들은 관람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작업장 옆에는 현재 개발 중인 전시물을 미리 전시하는 공간이 있다. 여기에 녹음기와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해 관람객의 반응을 주시한다. 가끔씩 관람객의 몸에 마이크를 붙이고 실내 카메라를 통해 관람객들의 반응을 관찰하기도 한다. 이 정보는 고스란히 전시물에 반영된다.

관람객의 반응을 전시물 개선에 즉각 반영하는 것은 익스플로러토리엄의 독특한 콘텐츠 개발 방식이다. 다른 과학관과 달리 이곳에서는 개발자가 혼자 전시물 하나를 만든다. 개발자 한 사람이 모든 과정을 담당하기 때문에 전시물을 개선하는 일이 훨씬 쉽고 빠르다.

○ 자유로운 발상 전시물에 즉시 적용 가능

“개발자에게는 작은 규칙이 하나 있습니다. 3일에 300달러 이내에서는 누구에게도 허락받지 않고 자유롭게 쓸 수 있어요.”

디몬드 수석개발자가 작업 중인 미완성 전시물 하나를 꺼내 보인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개발자는 직접 재료를 구하고 원형(프로토타입)을 만든다.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으면 어떡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이디어는 ‘어디서나(everywhere)’ 나온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아이디어가 오히려 너무 많아서 걱정”이라며 “하나에 집중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과학자와 엔지니어, 예술가 등 다양한 배경의 개발자들은 그 자체로 풍부한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개발자를 대상으로 과학자를 초청해 정기적으로 강연을 여는 것도 이곳만의 개성이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미국 워싱턴대 해양학자 존 딜레이니 교수가 점심시간을 이용해 심해 탐사에 대해 강연하고 있었다.

○ 화려한 겉치레는 노생큐

수시로 전시물을 뜯어고치는 분위기 탓인지 익스플로러토리엄 내부는 항상 시끌벅적하다. 그런데도 관람객들은 어수선한 실내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아 보였다. 두 아들과 자주 이곳을 찾는다는 호마 재니 씨는 “아이들과 함께 전시물을 가지고 마음껏 놀다 보면 어느새 외관 따위는 잊게 된다”고 말했다.

쿠아 파텐 전시감독은 “이런 운영 방식은 유지비와 인건비가 많이 든다고는 하지만 이것이 우리 방식이고 앞으로도 고수할 것”이라며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 익스플로러토리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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